여야정, 올해도 보육예산 놓고 힘겨루기

by선상원 기자
2015.10.26 18:44:35

민간어린이집, 보육료 동결에 28일부터 집단휴원 예고
0~2세 영아반 예산은 협상 여지, 3~5세 누리과정 문제
여야 공히 나몰라라 하는 정부 질타… 방안 제시해야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전국 민간 어린이집들이 정부의 보육 예산 동결에 항의해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집단 휴업을 강행하겠다고 해 보육대란이 예상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여야정은 어린이집 보육료를 정부예산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한바탕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보육교사들이 연차휴가를 동시에 쓰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집단 휴원에 나설 예정이다. 연합회는 전국 1만4000여곳 어린이집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회원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는 70만명에 이른다.

연합회 측은 현재 어린이집 1만4000여곳 가운데 8400곳(60%)의 보육교사들이 연차휴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회는 “정부가 영아반(만 0~2세) 보육료 예산을 3% 인상한다고 해놓고도 동결한 것은 물론, 내년도 누리 과정(만 3~5세) 보육료 예산 역시 편성하지 않았다”며 “영아반의 보육료를 최소 10% 인상하고 유아반의 보육료 지원을 유아 1인당 30만원으로 책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연합회 측을 설득하고 집단 휴원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야, 영아반 보육료 인상에 공감… 인상폭은 3~10% = 28일부터 예고된 집단 휴원을 피해간다고 해도 영아반 보육료 인상과 누리과정 보육료가 예산에 편성되지 않는 한 보육대란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그나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영아반 보육료 인상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여야 공히 보육료 인상에 공감하고 있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예산심의가 오늘부터 상임위 차원에서 시작되니까, 기왕에 약속도 했고 해서 여야하고 복지부간에 협의해서 일부 조정을 해야 되지 않나 판단이다. 3%는 지난번에 얘기한 것이고, 그 이상이 될지 이하가 될 지는 그 폭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보육료 현실화는 우리당의 당론이다. 지난해 10% 인상을 주장했다가 막판에 예산결산특별위 심사단계에서 야당의 정책예산으로 반영했는데, 올해는 정부가 추가적인 재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도 (민간어린이집연합회 요구대로) 10% 정도 인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인상폭만 다를 뿐, 보육료 조정에 뜻을 같이했다.다만, 정부는 아직도 유보적이다.

이 의원은 “인상할려면 예산을 증액해야 하는데, 증액은 (헌법상) 정부가 동의해줘야 한다. 일방적으로 안된다. 정부는 국회에서 조정되는 것을 보면서, 필요한 조정범위를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누리과정 예산, 정부도 시·도교육청도 편성 안해 = 협상 여지가 있는 0~2세 영아반과 달리 3~5세 누리과정은 여야정간 협상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3조9000억원을 전액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교육부 예산을 올해보다 4.45% 증액한 55조7299억원을 편성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누리과정 예산은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0~5세 영유아의 보육과 육아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으나 올 9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이 의무 지출하도록 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은 지난 21일 임시총회를 열고 “누리과정 예산은 법률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시·도 교육청의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고 결의했다. 현 영유아보육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를 보육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시급하게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위해 당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개정 시행령이 상위법을 위반하는데, 정부는 시·도교육청이 의무 편성하라고 선언한 상태라 갈등이 심하게 벌어질 것 같다”며 “다른 것은 안 쓰더라도 이것은 해야지, (대통령의) 약속이행 문제다. 더구나 저출산 완화대책 아니냐. 국가존립을 위해서 긴급한 예산인데, 너무 소극적”이라고 질타했다.

여당도 정부의 무사안일을 비판했다. 지난해에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보육대란이 발생하고 여야정이 날카롭게 대립했는데, 올해에도 똑같이 반복하면 그동안 정부는 무얼 했느냐는 것이다.

이 의원은 “작년에는 불가피하게 시간적으로 너무 촉박하고 충분한 대화가 안돼서 이해를 했는데, 1년 후에 또 그러면 뭐 한 거냐. 정치적으로 공방을 하게 만드는 것은 잘못”이라며 “기획재정부가 뭘 하는 거냐. (정부안을) 관철 시키던지, 아니면 교육부랑 해서 지방과 협의해 반을 분담하도록 하던지, 뭔가 조정을 해서 내놔야지. 이렇게 하는 것은 좀 아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육대란 사태가 우려되자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여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가 5600억원을 국고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방채로 메우기로 합의했었다. 올해에도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여야정간에 합의안을 만들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