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 거 팔아요” 당근에 올라온 CPU 알고 보니

by홍수현 기자
2024.04.08 18:35:04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던 판매자 돌연 잠수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중고 거래 플랫폼에 매물로 올라온 분실물 반환을 요청하자 판매자가 계정을 삭제하고 도주해 경찰이 추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PU. (사진=게티 이미지)
8일 강북경찰서는 지난 3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물건을 습득해 중고 물품 거래 플랫폼에 되팔기를 시도한 판매자 A씨를 뒤쫓고 있다.

B군(17)은 전날 같은 장소에서 30만원대 CPU(중앙 처리 장치) 칩을 분실했다.

해당 칩은 제품마다 각기 다른 고유번호가 부여돼 식별이 가능하다. B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 CPU 고유번호를 검색했는데 이와 일치하는 제품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발견했다.

판매자 A씨는 “전 남자친구가 우리집에 두고 갔는데 컴퓨터가 없어서 필요 없다.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며 20만원에 판매글을 올렸다.



글을 본 B군은 A씨에게 대화를 걸어 “일련번호가 일치해 제 물건임을 확신했다”며 “구매 내역도 있다. 분실물 신고도 완료했으니 연락 달라”고 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대화를 확인한 A씨는 판매글을 삭제하고 돌연 플랫폼에서 계정을 탈퇴했다.

유실물법 제1조에 따르면 타인의 유실물을 습득했을 경우 신속하게 물건의 소유자에 돌려주거나 경찰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형법상 점유이탈물횡령에 해당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중고 거래에서 분실물인 줄 모른 채 물건을 구매한 구매자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중론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고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