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3E' 설계 문제 지적한 젠슨황…엔비디아 공급 언제쯤(종합)[CES2025]

by조민정 기자
2025.01.08 16:51:08

황 CEO "삼성 HBM3E 새로 설계해야" 지적
10개월 넘게 품질 검증…"공급 성공에 확신"
16단 제품 시제품 보나…최태원과 회동 구체화
GDDR엔 마이크론 애정…"韓 생산하는지 몰라"

[라스베이거스=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삼성전자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삼성이 HBM 공급에 성공할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005930)의 HBM 공급 지연을 두고 ‘설계 문제’를 처음 거론했다.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과 달리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가속기에 탑재되지 못하는 이유로 품질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다만 삼성 HBM의 납품 자체는 기정사실화하고 나서, 그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황 CEO는 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HBM3E) 개발은 진행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황 CEO는 그러면서 “삼성은 새로운 디자인을 설계해야 한다”며 “할 수 있고, 매우 빠르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가 삼성 HBM의 설계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 여부는 메모리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HBM3E 8단·12단은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납품 승인 지연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황 CEO는 지난 3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삼성 HBM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테스트 중”이라고 했다. 이후 5세대 제품의 납품이 지난해 안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결국 무산됐다. 게다가 이날 황 CEO가 품질 문제를 거론하면서,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황 CEO는 삼성전자의 HBM 퀄 통과 지연을 두고서는 “한국 사람들은 매우 조급하다”며 “오래 걸리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회복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삼성은 원래 엔비디아가 사용했던 메모리인 HBM을 만들었던 회사”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외에 삼성 제품도 받을 것이라는 점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전 세대인 4세대 HBM3 제품은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5세대 HBM3E 제품 시기를 앞당겨야 6세대 HBM4에서 SK하이닉스 등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 CEO는 이와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 계획을 밝혔다. 그는 최 회장과 8일 회동 계획을 밝히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 회장은 CES 2025 행사에 직접 참석해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제품을 사실상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8단 제품을, 지난해 4분기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업계 최초로 공급했다. 16단 제품 역시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하며 올해 상반기 중 엔비디아에 시제품을 보내 품질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로드맵에 따라 순항하고 있는 덕에 6세대 HBM4 제품의 경우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CES 2025에서 HBM3E 16단 시제품을 전시하고 있어, 품질 검증에 앞서 황 CEO가 직접 관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HBM3E 16단은 글로벌 전시로는 이번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아울러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총출동한 만큼 한자리에 모여 사업 논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CEO·최고경영자)과 함께 김주선 AI인프라 사장(CMO·최고마케팅책임자), 안현 개발총괄 사장(CDO·최고개발책임자) 등 C레벨 경영진이 모두 전시에 참가해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황 CEO가 K반도체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황 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우수한 메모리 기업”이라면서도 그래픽 메모리 분야에선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을 콕 찍어 거론했다. 그는 전날 기조연설에서 신제품 지포스 RTX 50 시리즈에 미국 마이크론 제품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탑재되는 제품은 그래픽용 메모리는 GDDR7으로 차세대 그래픽 D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GDDR7 시장 선점에 공을 들여왔지만 ‘팀 아메리카’ 여파에 밀린 모양새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42.4%), 삼성전자(39.4%), 마이크론(18.2%) 순이다.

황 CEO는 심지어 이번 신제품에 마이크론을 탑재한 이유를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래픽 메모리를 만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의 제품이 있는지 몰랐다”며 “(마이크론 제품을 선택한 게)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별 이유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