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10.10 16:35:51
美 예비판정, 한국산 유정용강관 마진율 인하
현대제철·세아제강 등 6600만달러 부담 줄어
최종판정 뒤집기, 열연강판 페널티 우려돼
수입규제 절반이 철강..수출업계 "보호무역주의 피해"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보호무역주의 유탄을 맞은 한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의 반덤핑 예비 판정에서 ‘관세 폭탄’을 일단 피했다. 하지만 내년도 최종 판정에서 뒤집힐 수 있고 다른 철강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도 남아 있어 업계의 수출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한 1차년도 연례재심 반덤핑 예비판정에서 재작년 원심 최종판정 대비 1.85~9.83%포인트 인하된 반덤핑 마진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예비판정 결과가 연례재심 최종판정(2017년 4월 잠정)에서 유지되거나 추가로 마진율이 인하될 경우 우리 수출업체들이 1차년도(2014년 7월18일~2015년8월31일) 기간에 이미 납부한 반덤핑 관세액 중에서 마진율 차이만큼 환급받게 된다. 넥스틸, 세아제강(003030), 현대제철(004020) 등은 총 6600만달러(732억원) 가량을 환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은 2014년 7월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한 반덤핑 원심 최종판정에서 최대 15.75%(현대제철) 마진율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철강업계가 재작년부터 미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연례재심 등의 대응을 해오면서 이번에 마진율 인하(현대제철 9.83%포인트)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유정용강관에 대한 1차년도 최종 판정과 2~5차년도 연례재심이 남아 있다. 미국의 반덤핑조사 제도에 따라 반덤핑 조사 대상으로 지목되면 5년간 이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최소 5년 이상 한국산 철강 제품이 반덤핑 ‘페널티’를 받게 되는 셈이다.
유정용 강관 이외에도 한국산 도금강판, 냉연강판, 열연강판까지 미국으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은 상태다. 특히 지난해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이 미국에 수출한 열연강판은 총 115만t, 7억639만달러(약 7864억원) 규모에 달한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철강 업계 여론을 반영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를 주장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철강업계가 어렵다 보니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결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는 올해(10월 기준) 182건으로 올해에만 34건이나 늘었다. 품목별로는 철강·금속이 89건(49%)으로 가장 많았고 국가별로는 인도(32건), 미국(23건) 순이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로 우리 수출 기업이 부당한 판정을 잇따라 받고 있다”며 “유정용강관 예비 판정에서 마진율이 떨어졌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인호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주형환 장관이 미 대선 전에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수출업계 부담을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