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시급 10만원 육박"…인건비 늪에 빠진 폭스바겐

by방성훈 기자
2024.12.19 15:24:22

3분기 연결순익 69% 급감…매출比 인건비 15% 부담
시간당 평균 62유로…美보다 40% 많아·日의 2.6배
판매량도 7%↓…유럽 보조금 종료·美선 테슬라에 밀려
전기차 경쟁력 확보·체질 개선·판매 전략 재검토 ‘과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이 10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인건비에 발목이 잡히면서 실적부진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AFP)


1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올해 3분기(7~9월) 연결 순이익은 12억유로로 전년 동기대비 69% 감소했다. 매출 순이익률은 1.5%로 떨어졌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배 수준에 그쳤다.

폭스바겐의 실적부진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올해 3분기 전 세계 차량 판매량이 217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7%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업체들과 경쟁이 심화해 판매가 줄었고,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도 경기둔화 등으로 7% 감소했다. 판매량이 줄어든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료비 급등한 영향도 있다.

주요 수익원이었던 고급차 브랜드 포르쉐와 아우디도 부진하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그동안 폭스바겐 브랜드의 승용차는 영업이익의 약 10%를 차지하며 자회사인 포르쉐와 아우디 등의 차량 판매 이익이 회사 전체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아우디는 브랜드 경쟁력 저하, 벨기에 공장 폐쇄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91% 급감했다. 같은 기간 포르쉐도 모델 교체에 따른 과도기로 판매가 쪼그라든 탓에 영업이익이 45% 줄었다.

인건비도 발목을 잡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독일자동차공업협회(VDA)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자동차 산업의 시간당 평균 노동 비용은 62유로(약 9만 3000원)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44유로·약 6만 6000원)보다 40%, 일본(24유로·약 3만 6000원)보다는 2.6배 높다. 독일 전체 산업 평균인 시간당 41유로(약 6만 2000원)와 비교해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 정규직 기준으로 물가 상승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비정규직의 최저임금도 시간당 12유로(약 1만 8000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15%로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그룹(11%), BMW(9%)보다 크다. 닛케이는 폭스바겐은 고급차 중심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달리 박리다매 사업 모델이어서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독일에선 역사적으로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강한 데다, 올해도 임금 상승 기조가 지속돼 앞으로도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은 전기자동차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대다수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터리를 포함해 선행 투자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폭스바겐의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3분기 18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10% 줄었다. 중국에선 판매량이 늘었으나, 유럽과 미국에선 감소했다. 닛케이는 “유럽에서는 지난해 보조금 혜택이 종료되면서 판매가 줄었고, 미국에선 테슬라에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부진은 폭스바겐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스바겐의 전 세계 판매량은 일본 토요타에 이어 2위지만, 시가총액은 전날 기준 479억 2000만유로(약 72조 1200억원)로 미국의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BMW 등에 밀려 5위 이하로 떨어졌다. PBR은 0.2배대로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10월 폭스바겐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은 ‘A3’로 유지했지만 전망은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 차량 판매량 둔화, 독일 공장 폐쇄 등에 따른 추가적인 구조조정 비용 등으로 내년에도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진단이다. 다만 아우디와 포르쉐는 신차 도입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폭스바겐 경영진은 노조 측에 독일 공장 3곳 폐쇄, 수만명 규모의 인력 감축, 임금 삭감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는 강력 반발하며 시한부 파업 등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리서치회사 포어인의 안도 히사시는 “높은 비용의 체질 개선과 상품 구성 재구성이 불가피하다”며 “전기차 사업의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향후 출시할 저가 차종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안정적인 흑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의 엔진 자동차 사업도 수익성 높은 하이브리드차를 증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