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내세우지만..제갈길 모색하는 한미일

by김영환 기자
2019.08.07 16:55:46

한일 갈등 속 한미일 공조에 틈이 생기는 분위기
볼턴, 북미 간 ICBM 발사 금지 합의..美본토에 국한
日도 美 중심의 호르무즈 파병 대신 독자활동 검토
韓, 한일 갈등 관련 “美에 중재 요청 계획 없다” 못 박아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로 한일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한국과는 다소 다른 미국의 생각이 드러났고, 미국이 한일 양국에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6일까지 13일간 무려 네 차례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발사체 도발에 나서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용인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북미 정상 간 약속 사안이 아니라는 발언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서 나왔다.

볼턴 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더 긴 사거리,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네 차례 발사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는 미국에 위협적인 무기가 아니다.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북한이 최근 시험에 나선 발사체들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함께 한미 연합훈련에 나서면서 북핵 억제력 배양에 공조하고 있지만 당장 억제해야 할 북한의 발사체에 대해서는 한미의 의견이 다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 발사체에 대해 연일 유감을 표하면서 우려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보다 강도 높은 경고 조치에는 아직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북미가 남북미 정상간 회동 이후 비핵화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대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에서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앞서 전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힌 부분과 엇나가면서 운영위가 파행을 빚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 실장이 이 자리에서 “북한과의 소통 내용을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충분히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이 발언과 관련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저희가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며 “다양한 방법, 다양한 단위 등에서 소통이 되고는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누가, 언제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부연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정부에 의사를 내비친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와 관련해서도 한미일 간 이해관계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독자 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반면, 우리는 “주체적 검토” 의사만을 드러냈다.

일본은 법적 제약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원유 수입의 90%를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은 이란과의 관계 악화 우려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지난 6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본 원유 수송선을 공격한 주체를 놓고 미국이 이란이라고 확정했지만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호즈무르 해협 파병이 북한과도 연계돼 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파병 검토 사실을 두고 ‘자멸 행위’라면서 남한 당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서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당국은 지난 노무현 ‘정권’ 시기 각계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여 조선반도정세와 북남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통치위기에 시달렸던 전철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신중한 모양새다. 정의용 실장은 “미국으로부터 우리 군에 대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구두 요청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파병 여부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서 주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역시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정 실장을 이 점을 짚으면서 “우리의 선박들의 안전을 위해서 파병의 필요성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파병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주체적 접근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한일 무역갈등과 관련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지는 않았고 앞으로도 중재를 요청할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