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쌀 빨대, 옥수수 컵…'2018서울 카페쇼' 첫 친환경 부스 가보니

by이윤화 기자
2018.11.08 15:48:14

"일회용 줄여라"…올해 행사 처음 친환경 특별관 마련
''연지곤지'' 등 친환경 제품 제조·수출 기업 5곳 초청
프랜차이즈부터 호텔·마트 등 유통업계 친환경 바람

8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8 서울 카페쇼’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진=서울 카페쇼)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이거 옥수수에요? 쌀 빨대 단가는 얼마까지 맞춰 주실 수 있나요?”

‘2018 서울 카페쇼’의 막이 오른 8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지난해 14만6000여명이 참가한 아시아 최대 커피 전문 전시회 명성에 걸맞게 이른 아침부터 커피 업계 트렌드와 신제품을 만나보기 위해 카페쇼를 찾은 입장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특히 B홀 1층에 마련된 친환경 특별관 앞은 오전부터 문전성시였다. 친환경 특별관은 서울 카페쇼를 주관하는 리드익시비션스 코리아와 엑스포럼이 친환경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한 전시 부스다.

일회용품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친환경 제품 및 원자재를 제조·수출·판매하는 5개 업체를 초청했다. 커피 업계에서 플라스틱 줄이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을 만큼 ‘필(必)환경’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연지곤지, 더피커, 하이시스 로지텍, 아이엠 그리너, 에프에이 컴퍼니 등 이번 친환경 부스 행사에 초청된 중소기업 직원들이 직접 행사 기간 4일 내내 고객들을 만나 설명하고 제품에 대해 홍보한다. 개인 카페 창업자들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 등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것은 쌀 빨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컵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들이었다.

쌀 빨대 제조업체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가 고객들에게 제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윤화 기자)
친환경 특별관 입구에 들어서니 쌀 빨대를 제조·판매하는 김광필 ‘연지곤지’ 대표가 호텔업계 관계자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꽃신 업체 ‘연지곤지’를 운영하다 지난해부터 쌀 빨대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그는 “플라스틱 대신 신발에 사용할 가벼운 소재를 찾다가 우연히 쌀로 만든 빨대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특허 출원을 하자마자 카페 업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도매가로 개당 20원대인 종이빨대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얻기 위해 단가도 15원(한 달 1억개 기준) 정도로 낮췄다.

덕분에 현재 개인 카페부터 키즈 카페 등 100여곳과 납품 계약을 맺고 있다. 이디야·탐앤탐스·SPC 등 프랜차이즈 업계와도 계약 관련 논의를 하고 있고, 호텔·유통업계도 진출했다. 지난 5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개관 당시 크레이그 스미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사장 눈에 띄어 현재까지 강남·마곡 등 5개 지점에 납품하고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과 롯데마트에도 입점했다.

연지곤지의 쌀 빨대 원료는 쌀과 태국산 타피오카다. 쌀과 타피오카 가루에 단단해지도록 설탕과 소금을 추가해 만든다. 차가운 음료에서는 최대 7시간, 따듯한 음료(50도 이하)에서는 최대 2시간 정도 녹지 않고 풀리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먹어도 무해하다는 식용 허가도 받았다.



아이엠그리너와 하이시스로지텍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을 활용해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컵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 ‘PLA’(Poly Lactic Acid)와 대나무, 사탕수수 등을 활용한 제품이다. PLA 컵은 뜨거운 음식을 담거나, 아기가 입으로 물거나 빨아도 환경 호르몬은 물론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안전하다. 사용 중에는 일반 플라스틱과 동등한 특징을 가지지만 폐기 시 미생물에 의해 100% 생분해되는 재질로 음식 폐기물과 혼합해 퇴비화가 가능하다.

김은정 아이엠그리너 대표는 “대학원에서 친환경 소재와 자원 순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돼 논문을 쓰다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지난해 10월 법인 등록을 했다”면서 “PLA로 된 원두 봉투, 파스타 면으로 만든 커피 스틱 등 최대한 환경 친화적인 소재를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시스 로지텍은 원래 플라스틱 일회용컵 등 커피 부자재 테이크아웃 용품을 전문적으로 만들던 기업이었다. 그러다 지난 8월부터 정부에서 시행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 규제 정책 이후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PLA 컵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메가커피 등 중소 커피 프랜차이즈들부터 납품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신대중 하이시스 로지텍 영업부장은 “환경부에 문의한 결과 100%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PLA컵은 매장 내에서 금지하고 있는 플라스틱 컵 대신에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활용도 면에서 페트 컵과 큰 차이가 없지만 폐기 시에는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생분해 되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더피커의 대나무 빨대 등 친환경 소재 제품들 (사진=이윤화 기자)
이 외에도 대나무 빨대, 야자나무잎 접시 등 에코 리빙 제품을 선보이는 ‘더피커’와 인체에 무해한 종이와 콩기름·식용색소 등으로 종이 빨대를 생산·수출하고 있는 ‘에프에이 컴퍼니’가 친환경 부스에 참석했다.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일회용 쓰레기 문제는 이렇게 카페 산업 환경까지 바꿔 놓고 있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커피 전문점들은 자발적으로 친환경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그리너(Greener) 캠페인‘을 시작하고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번 2018 서울 카페쇼의 친환경 캠페인을 지원하기 위해 다회용 컵 1000개와 친환경 커피 찌꺼기로 제작한 꽃화분 키트 1200여개를 증정했다.

엔제리너스커피 역시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음료 뚜껑 ‘드링킹 리드’를 도입했으며, 투썸플레이스는 전면 인쇄돼 재활용이 어려운 일회용 종이컵을 모두 별도 디자인이 없는 무색 컵으로 교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