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쌓을만큼 쌓았다…볕드는 M&A 시장
by김연지 기자
2024.02.08 22:57:03
[다시 M&A의 시간]①
지난 한 해 M&A 거래액 32.2조원
2022년 거래규모 대비 20% 이상 뚝
하반기 들어 회복조짐도…20조 수준
PE 드라이파우더에 시장 회복 ''낙관''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허지은 송재민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무릎을 꿇었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올해에는 기지개를 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 규모는 직전 3년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지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거래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은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유망 대기 매물도 쌓이고 있어 관심이 고조된다.
8일 이데일리가 하나증권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1월 1일~12월 31일)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액(잔금 납입 완료 기준)은 32조26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43조9024억원을 기록한 지난 2022년 대비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거래 건수 역시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국내서 이뤄진 M&A 거래 건수는 272건으로, 377건을 기록한 2022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움츠러들 대로 든 M&A 시장이 기지개를 켜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지난해 유의미한 거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의료·헬스케어 M&A 거래가 두각을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UCK파트너스-MBK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꾸려 약 2조5000억원에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했고 한앤컴퍼니는 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을 1조원에 인수했다.
기업발 M&A도 속속 이뤄졌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지난해 하반기 거래 규모가 상반기 대비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하반기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액은 각각 12조9500억원과 19조2600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하반기에 들어선지 두 달 만에 상반기 거래 규모를 제치면서 회복 조짐을 보였다.
일각에선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넉넉하다 못 해 흘러 넘친다는 점에서 시장이 올해에는 제대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기업 밸류에이션이 크게 내려오지 않아 펀드 자금을 예전만큼 소진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밸류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왔고, 밸류업을 노릴 만한 거래가 많아졌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미소진 자금을 (시장에) 풀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사모펀드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며 “이르면 하반기부터는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