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반도체서 '안정' 택한 삼성…한종희·노태문·용석우 유임
by조민정 기자
2024.11.27 16:31:26
스마트폰·TV·가전 수장 유임…AI 미래 설계
품질혁신위 신설…품질서 근본적인 혁신 추진
'사법 리스크'에 정현호 유임…박학규 사장 합류
퇴임한 이원진 상담역, 사장으로 1년만 복귀
[이데일리 조민정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와 함께 또 다른 축인 완제품(DX)부문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주요 5개 사업부의 수장들을 모두 유임시켰다. 올해 실적이 급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경기 불황 속에서도 선방했고 인공지능(AI) 융합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AI 가전을 밀고 있는 한종희 DX부문장은 이번에 신설한 품질혁신위원장 자리까지 맡게 됐다.
재계의 관심을 모았던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도 자리를 지켰다. 이재용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CES 2024에서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AI for All: Connectivity in the Age of AI)‘를 주제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
|
한종희 부회장은 현재 대표이사, DX부문장, 생활가전(DA)사업부장 외에 품질혁신위원장을 추가로 맡는다. 품질혁신위원회는 품질 분야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전사 차원의 품질 역량을 강화하고자 근본적인 혁신을 꾀할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복안이다.
한 부회장은 ‘AI 가전=삼성전자’ 슬로건을 강조하며 올해 미래 준비와 브랜드 강화에 힘써 왔다. 단순히 가전에 AI 기능을 입히는 수준을 넘어,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모든 가전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가동되는 ‘AI 홈’을 만들고 있다. 한 부회장은 지난 9월 ‘IFA 2024’에서 “생활가전은 100년, 200년도 넘은 기술”이라며 새로운 폼팩터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이같은 가전의 미래를 고민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스마트싱스 생태계에 함께 하는 회사가 340개 정도고, 연결되는 기기들은 1000개 이상”이라며 “가전에 변화를 주기 위한 신기술을 찾고 연구해서 제품화하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역대 최초로 ‘빅토리 셀피’를 진행하며 갤럭시 마케팅 효과를 누린 모바일경험(MX)사업부 역시 큰 변화는 없었다.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등이 모두 유임됐다. TV 사업을 맡고 있는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유규태 의료기기사업부장(삼성메디슨 대표 겸임)도 자리를 지켰다.
‘미니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를 이끄는 정현호 부회장도 유임됐다. 이재용 회장이 내년 2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탓에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인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사업지원TF담당 사장으로 합류하며 정 부회장을 보좌한다. 박 사장은 과거 삼성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담당 출신이다. 삼성미래전략실에서는 경영진단을 총괄했던 베테랑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 반도체가 위기인 만큼 사업지원TF는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미래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며 “조금만 어긋나면 삼성전자도 노키아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퇴임 임원까지 다시 불러들이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 MX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 사장에서 물러난 이원진 상담역이 그 주인공이다. 이 사장은 1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며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구글 총괄 부사장 출신의 광고·서비스 비즈니스 전문가로 마케팅과 브랜드, 온라인 비즈를 총괄할 예정이다.
이밖에 삼성전자의 첫 여성 사장인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은 브랜드전략위원으로 이동한다. 경계현 사장이 맡았던 미래사업기획단장은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이 새롭게 맡는다. 고 사장은 지난 2008년 삼성그룹 신사업팀과 바이오사업팀에서 현재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어낸 창립 멤버다. 13년간 대표이사로 재임하며 사업을 성장시킨 베테랑 경영자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