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위기 HMM, 해상노조 3차 교섭 결렬…"합당한 대우 원해"

by경계영 기자
2021.08.03 17:56:12

임금 인상률 노조 25% vs 사측 5.5%
11일 4차 교섭…최종 결렬 시 중노위 조정 신청
육상노조, 19일 중노위서 결과 예정
해상노조 "불합리한 근무환경·급여 지속"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임금 인상 폭을 둘러싸고 HMM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HMM 노조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MM 선원으로 구성된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도 HMM 사무직 직원으로 구성된 육상직 노조와 마찬가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인상안을 제시 받으면서다.

해상노조는 당연시된 초과근무로 부담이 커진 데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미미한 대비, 인터넷 사용 제한, 휴가 부족 등 인권도 침해되고 있다며 요구에 턱없이 부족한 사측 제안에 크게 반발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MM(011200)과 해상노조가 오후 3시 진행한 3차 임금 협약(임협) 교섭은 결렬됐다.

HMM은 △임금 5.5% 인상 △격려금 월 기본급 100% 지급 △하반기 시황이 유지됐을 때 연말 100% 범위 내 추가 격려금 지급을 노조와 협의 등을 제시했다. 사측은 해상노조와 지난달 16·27일 1·2차 임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3차 교섭에서 처음으로 구체적 임협안을 제시했다.

HMM 제안은 해상노조가 요구한 안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해상노조는 △급여 정상화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 지급 △생수비 매일 1명당 2달러 지원 등을 요구했다.

HMM 노사는 11일 4차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해상노조는 4차 교섭마저 결렬되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단체행동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선원법상 국내에 정박하는 선박만 파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상노조는 운항하거나 해외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에 탑승한 선원은 관례상 맺어왔던 승선 연장계약에 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준법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해상노조보다 임협 교섭을 한 달가량 먼저 진행한 육상노조는 이미 지난달 30일 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사측 요청에 따라 통상 열흘인 조정기간에 열흘이 추가돼 오는 19일 중노위 조정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HMM은 임금 25% 인상을 요구한 육상노조에도 임금을 5.5% 인상하고 격려금으로 월 기본급 100%를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외부 컨설팅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임금 11.8%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고려해 인상률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HMM 해상·육상노조는 각각 6년, 8년 임금이 동결되다 지난해 중노위 중재 끝에 2.8% 인상됐다.

46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포워드(Forward)호’가 부산항 신항 HPNT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HMM)
해상노조는 그간 불합리한 근무환경과 합당치 못한 대우를 참고 근무해왔다고 강조했다. HMM 선원은 월 근로시간 209시간·고정 초과근로시간 104시간을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한다. 주휴수당도 없다.

해상노조는 “일항사만 봐도 7월 한 달 동안 초과 근로시간이 156.5시간인데도 국내외 선박의 각종 검사에 대응하려 근무시간을 매번 조작한다”며 “선박에 탑승한 상태에서 근로 외 시간은 휴식시간이 아닌 휴게시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공공기관 선박직 공무원은 하루 8시간 근로·16시간 초과 근로로 급여를 지급한다.

직원에 대한 복지도 뒤처진 상황이다. 해상노조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태평양이 오염됐는데도 사측의 별도 조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선박 안에선 조수기로 바닷물을 마실 물로 바꿔 사용한다. △해적위험·자율관리·전쟁위험 해역을 통과할 때 보상 미지급 △선박 내 인터넷 사용 제한 △교대자 부족에 따른 휴가 부족 △장기 승선 강요 등도 문제로 꼽혔다.

지난해 퇴직한 해상직원은 61명(육상직원 전출 13명)이었고, 올해 상반기까지도 벌써 38명(육상 전출 5명)이 그만뒀다. 해상노조 측은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서 먹고 자며 주 7일 매일 12시간씩 근무한다면, 가족과 연락할 수 없는 데다 집에 언제 돌아갈지도 명확지 않다면, 그런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해상노조 측은 “HMM이 국민 혈세로 살아난 것은 감사하지만 그 이익을 나라에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산업은행이 성과급으로 가져가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 든다”며 “마지막 남은 국적선사를 살리려 피땀 흘리면 고생한 HMM 직원에게도 최소한의 권리 보호와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