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重지주 부회장 “정주영 명예회장 떠올라…무거운 책임감”

by김미경 기자
2019.03.08 17:53:10

8일 산은과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 체결 후 감회 밝혀
“대우조선 임직원, 현대중과 동등하게 권리·대우”
가삼현 사장 “기존 협력업체 체제 유지하는 게 목표”
이동걸 산은 회장 "이번 계약 윈윈, 설득 자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반세기 전에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허허벌판에서 한국 조선업을 개척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모든 인력과, 자본, 기술의 힘을 합쳐서 한국 조선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밝힌 소회다.

권오갑 부회장은 이날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명하는 순간 긴장감 감출 수 없었다. 마침 올해 3월 20일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18주기”라면서 이 같이 회고했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을 믿어달라고 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협력업체, 지역 경제인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대우조선해양을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테니 현대중공업그룹을 믿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노조를 어떤 식으로 설득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도 현대중공업그룹과 동등한 권리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마 현대중공업이 국내 기업 중 노조와 가장 많이 대화한 곳일 것”이라며 “얼마만큼 진실되게 직원을 사랑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화로 풀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협의는 거쳤는지 묻는 질문에는 “정몽준 이사장은 2000년부터 우리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내가 전권을 가지고 책임지고 경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계약 이후 기업결합 심사 등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기업결합은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의 경쟁당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필요에 따라 국가가 추가될 수도 있다”면서 “법률적인 부분에서 긴밀하게 협의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는 동종 산업과 자국내 업체간 경쟁, 클라이언트인 선주의 이해관계, 독과점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이뤄질 것”이라면서 “낙관적인지 아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만료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협력업체에 대해 가 사장은 “가능하면 기존 협력업체 체제를 유지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 문제를 지역에서 많이 우려하고 있다는 걸 안다. 정확하게 실사를 안 했기 때문에 100% 파악된 건 아니”라면서도 “다만 지금까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대우조선 협력업체 4분의 3이 현대중공업그룹과도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산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지금의 적기를 놓치면 과거 일본 조선업처럼 한국도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있었다”며 “앞으로 많은 이해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경청해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계약 내용을 제대로 알고 우리의 진의를 안다면 이게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대우조선, 조선산업, 지자체, 노조, 협력업체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충분히 (노조 등 이해관계자와 관련해)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번 딜이 원활하게 마무리돼 한국 조선업의 새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계약은 지난 1월31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맺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기본합의서에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한 뒤 대신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아울러 이날 체결된 본계약서에는 △현대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 실시 △‘중대하고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되지 않는 한 거래 완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 경주 △기업결합 승인 이전까지는 현대 및 대우 양사의 독자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위법한 행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상생발전방안을 담은 공동발표문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궁극적으로 고용을 안정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있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자율경영체제 유지 △대우조선해양 근로자의 고용안정 약속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및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 유지 등의 입장을 천명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