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34년 공직생활 마무리...“시장 균형 잡아달라”(상보)

by노희준 기자
2017.07.18 16:50:56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시장이라는 커다란 배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와 같은 역할을 해달라”

임종룡(사진) 금융위원장은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며 이 같이 말했다. 1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이임식에서다.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시장’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의 정책대상은 ‘시장’이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실체이지만 다수의 지혜를 담고 있고 냉정한 선택을 한다”며 “시장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시장과 소통하려 애를 써야 한다”며 “결코 시장의 역동성이 약해지지 않도록 규제를 가다듬어야 하며 때로는 참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며 “경쟁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이고 우리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소명”이라고 역설했다. 정책의 책임성도 강조했다. 그는 “시장을 향한 모든 정책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은 마치 정책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어서 피할 수도 없고 피해지지도 않는 것”이라며 “책임을 감당하는 데 주저하거나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책임을 감당하는 데 두려워 하지 않는 자세에서만 금융위에 대한 일부의 오해와 편견을 씻어내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임 위원장은 “2015년 3월 취임 때 ‘금융개혁’이라는 어렵고 험한 여정을 힘들고 지치더라도 함께 하자고 했다”며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우리 금융을 새로운 초원으로 인도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후배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34년간의 공직생활을 언급하며 “때로는 높은 산을 넘어야 했고 때로는 깊은 계곡을 건너야 했고 상처를 받아 무척 힘든 적도 있었다”면서 “그러 많은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같은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사했다. 그러면서 “금융위를 응원하면서 언젠가는 여러분과 경쟁과 혁신으로 가득한 금융산업을 흐뭇하게 얘기해볼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겠다”고 작별을 고했다.

임 위원장은 이임식에 앞서 금융위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고별 인사를 나눴다. 그는 “이제 집에 간다”며 멋쩍게 웃었다. 기자실을 떠날 때는 기자들 사이에서 말 없이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임 위원장은 대표적인 엘리트 관료다. 1959년 전남 보성 출생으로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행시 24회 최연소로 공직에 입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과 정책분야를 모두 섭렵했다.

이명박정부 말기 국무총리실장을 지냈으며 2013년 6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후에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는 등 탁월한 리더십으로 농협금융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위원장 시절 14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 STX조선해양,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등 현안을 해결하며 구조조정의 칼잡이로서 명성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