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부활 공감` 李 언급에…"준비 어쩌지" 대학가 `혼란`

by김윤정 기자
2025.06.30 15:57:44

李 "로스쿨, 현대판 음서제 우려"
"진로 안갯속"…법조 지망 저학년 진로 설계 흔들
"로스쿨이 취약계층에 더 유리" vs "사시가 더 공정"
제도 병존 시 '기회 비용'·'혼란 불가피' 지적도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당황스럽네요.”

사법고시 부활 가능성을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의 말에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법조인을 꿈꾸던 학생들이 준비과정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서울 소재 대학 사회과학 계열 1학년 유모씨는 “(로스쿨 진학을 위해) 2학년 때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지, 법학 수업을 위한 타 학교 학점 교류는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었다”며 “진로 자체를 바꾸진 않겠지만 준비 과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예기간이 있어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진입로에 걸린 2025년 변호사 시험 수석 합격 배출 현수막. (사진= 김윤정 기자)
30일 이데일리가 만난 서울 마포 지역 대학생들 가운데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이거나 관심 있는 학생들은 사법시험 부활 논의를 두고 “기존 로스쿨 준비 방향을 유지해야 할지 갈아타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며 불안을 토로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현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로 작동한다는 지적에 일부 공감한다고 밝혔고 국정기획위원회가 부활 여부를 국정과제로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리트 뿐만 아니라 학점·영어·비교과 등 요소를 갖춰야 하는 만큼 1학년 때부터 전략적인 준비가 필수다. 법학 전공이 없는 대학에서는 인근 학교에서 법학 수업을 수강하는 등 별도 학점 교류를 통해 로스쿨 지원 자격 요건을 채워야 한다. 제도가 바뀌면 학생 입장에선 초기 설계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뜻이다. 사법시험은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됐고, 이후 법조인 양성은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고비용 수험 구조, 계층 간 정보 격차 등에 대한 비판이 누적되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재점화됐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인 서강대 4학년 A학생은 “사법시험이 오히려 취약계층에 불리할 것”이라며 “이들은 사회배려자 전형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으로도 로스쿨에 진입할 수 있고 장학금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대학 경영학과 3학년 B학생은 “법학부가 폐지된 상황에서 사법시험을 부활하면 결국 수험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고가 인강과 학원 수업 중심의 수험 구조가 정착되면 결국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에게 더 유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입이 쉬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강대 3학년 김민태 학생은 “사법고시는 시험만 보면 되니까 공정해 보인다”며 “지금은 법조계 준비 생각은 없지만 사법고시로 전환돼 자격 요건이 완화된다면 많은 학생이 한 번쯤 선택지로 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박모 학생도 “로스쿨을 준비하는 친구를 보니 시험지하나 사는 데도 몇만원이 들고 선행 학습을 위한 온라인 수업도 수십만원이 들더라”며 “사법고시로 전환돼 이같은 부담이 줄고 기회의 문이 넓어지는 것이라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로스쿨 제도를 통해 법조계에 진입한 현직 C변호사는 “로스쿨 입시는 최소 3~4년의 학업·생활 설계가 포함된 과정이라 제도 변화가 곧 진로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시험·로스쿨은 준비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병존 시 학생들이 양쪽을 모두 대비해야 하고 이로 인한 기회비용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며 “과거 고시 낭인 문제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로스쿨이 도입된 만큼, 사법시험이 부활할 경우에는 이에 대한 보완책도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시업계는 사법고시 부활 논의가 학생 개인의 진로 설계 차원을 넘어, 최근 이과 쏠림이 심화된 대학 입시 구조에서 문과계열 진학을 독려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공계는 최상위권 대부분 의대로 수렴하는 반면 문과는 법학과·사법고시 폐지 이후 한 학과로 모이는 경향이 없었다”며 “사법시험이 다시 도입된다면 문과 선택자 수가 일정 부분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무전공으로 입학해 아직 전공을 결정하지 않은 저학년 학생이 많은 상황에서, 사시 부활 논의가 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