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금리인상에 얼어붙은 주택거래..하반기에도 지속된다

by하지나 기자
2022.06.14 22:07:06

[금리인상의 그늘]
서울 아파트 매물 6만건 돌파..2년여만
절세용 급매물 늘어나도 거래 부진
대출규제에 금리인상 우려로 매수 신중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 38%, 6억 이하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집을 내놓은지 2개월 정도 됐는데 최근에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요. 매수 의사만 있으면 가격을 협의할 의향도 있는데 부동산에는 문의 전화도 뜸해 걱정이에요.”(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거주 중인 38세 A씨)

아파트 매물은 계속 늘고 있지만 금리 인상 등에 따른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금리부담으로 집을 팔고 싶은 사람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절벽 현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088건으로 집계된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6만건을 돌파한 것은 2020년 8월 이후 2년여만이다. 지난달 10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조치 유예 조치를 시행한 당시 5만6568건이었던 아파트 매물은 한달새 1만건 가량 늘었다.

하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000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11월 1358건 △12월 1124건 △2022년 1월 1087건 △2월 814건 △3월 1436건 △4월 1746건 △5월 1465건 △6월 220건을 기록 중이다.

특히 6월1일을 앞두고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한 절세용 급매물이 쏟아졌지만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진 않았다. 실제 매수 심리도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4로 5주 연속 하락세다. 매매수급지수가 90을 밑돈 것은 3월 마지막주 89.1 기록한 이후 10주 만이다.

서울 강북구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집주인과 매수자간 간극이 여전하다”면서 “다만 시세보다 1억~2억원 낮춘 급매만 종종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거래 가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현금이 많은 자산가들조차도 최근 부동산 매입 의뢰가 거의 없는 상황”면서 “정비사업 등 일부 개발 기대감이 있는 지역에 대한 간헐적 문의는 나타나고 있지만 거래까지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집값 고점 인식이 있는데다 이자 부담,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와 맞물려 매수자 입장에서도 거래 적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연내 거래량은 평년만큼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이 묶여있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 확산과 금리 인상이 더해지면서 매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올해 7~8월 전세 계약 갱신 만료로 매매시장 이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거래 활성화 및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최근에는 대출 규제 영향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오히려 반전세 등 월세 시장으로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주택자는 지금 집을 매도할 경우 똑같은 집을 사지 못한다는 우려감이 크고, 무주택자는 DSR 차주 규제를 포함한 대출 규제 강화로 집을 살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완화하고, 청년층 대출 취급시 DSR 산정에 미래 소득을 적극 반영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기인데다 서울에서 생애최초 대출이 적용 가능(시가 5억원 이하)한 아파트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를 보면 40%가량이 6억원 이하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체 6769건 중 6억원 이하는 2588건(38.2%)로 집계됐다. 정책자금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등을 받을 수 있는 6억원 이하 주택에 매수자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김인만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금리 인상으로 매매시장의 상승 모멘텀이 없다”면서 “동탄, 송도 등 수도권 외곽부터 시작해 하방 압력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