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금리'의 파괴력…안심대출 20兆로 끝낼수 있을까(종합)
by장순원 기자
2019.09.26 18:06:58
접수 11일차 50조원 돌파…마감 앞두고 신청 몰려
온라인 병목 여전‥막판에 은행창구 몰릴 판
1차때처럼 탈락자 위주로 추가공급 요구할 듯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기대를 뛰어넘는 흥행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1%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서다. 인기가 워낙 뜨겁다보니 후폭풍 걱정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온라인 창구 병목현상이 해결되지 않아 막판에는 신청자들이 은행 창구로 몰릴 수 있고, 탈락자를 중심으로 추가공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 11일차인 26일 오후 4시 현재 약 50조4000억원(43만5000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 새 13조원 가량이 급증했다. 지금까지 하루 약 4조6000억원꼴로 신청이 들어온 셈이다.
이미 지난 2015년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약 32조원)을 가뿐히 넘어섰을 뿐 아니라 60조원에 육박할 기세다. 건수로도 50만건은 훌쩍 넘길 전망이다. 국내 은행권에서 주담대를 빌린 차주가 445만명(중복 포함) 정도인데 10명 중 한 두명은 갈아타기를 신청한 셈이다.
애초 금융권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이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보다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지난 2015년 1차때와 비교해 주택 수와 소득 제한을 둬 수요층이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안심전환대출의 금리가 최저 1%대로 워낙 매력적인데다 대환(갈아타기) 가능금액이 5억원으로 높고 강화한 주택규제(LTV)까지 피할 수 있어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대거 신청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고 해도 1%대 금리를 또 볼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소득이나 주택가격 조건만 맞춘 가구라면 무조건 신청하는 게 이득이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서민형 안심대출의 특징 중 하나는 온라인 신청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이란 점이다. 0.1%포인트의 금리 할인 혜택을 노린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1차 때 은행 창구가 마비될 정도로 혼잡을 빚어 은행권이 반발하자, 수요를 온라인으로 분산하려 이런 인센티브를 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물 창구는 한산한 대신 온라인 창구가 먹통이 될만큼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면서 주택금융공사의 홈페이지는 현재까지도 수만명이 대기 중이다. 29일 마감이 다가오며 온라인 신청을 제때 못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막판 은행 창구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마감이 다가올 수록 온라인 신청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이번 주 금요일 창구로 신청자가 집중될 수 있어 불안감이 크다”며 “이런 고객들은 불가피하게 금리를 0.1%포인트 더 부담하게 돼 나중에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원자가 몰리면서 벌써부터 추가 공급 가능성이 거론된다. 1차 때도 애초 지원목표였던 20조원이 나흘 만에 동나면서 추가공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경험이 있다.
특히 이번 안심전환 대출의 경우 부자격자를 걸러내도 상당수가 탈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차때 부자격자 비중은 약 15%였다. 처음부터 고정금리 대출자를 제외해 형평성 논란이 컸고 정부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이들과 함께 추가 지원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정부가 10조원 정도를 추가공급할 것이란 소문이 돌며 몸살을 앓기도 했다.
금융위는 추가 공급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까지 나서 “안심전환대출을 더 공급할 계획은 없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당장 주택금융공사의 자금여력을 봐도 추가공급은 쉽지 않다. 주금공은 자기자본 대비 보증배수 40배 수준에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안심전환대출이나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모기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자본금이 100억원이라면 4000억원도 규모의 MBS를 찍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보증배수가 35~36배 수준인데 이번에 2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실행하면 40배 수준으로 올라간다. 보증배수가 한도에 꽉 차는 수준으로 올라가 더 공급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셈이다. 다만 매달 상환되는 원금과 견줘 신규대출이 많지 않아 보증배수가 떨어지거나 자본을 확충하는 등의 조처가 있다면 추가 공급은 가능하다.
관건은 지원대상 가구의 주택가격 커트라인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가급적 서민층이 혜택을 받도록 주택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보금자리론 지원 기준인 6억원 미만 가구의 상당수가 탈락할만큼 낮다면 추가 공급 목소리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하지만 커트라인이 높게 형성된다면 명분이 약해진다. 세금으로 중산층 지원을 하느냐는 비판이 커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