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제 연휴 온라인 쇼핑 늘고 여행소비는 위축

by신정은 기자
2022.02.07 17:36:46

강력한 방역대책에 여행보다 온라인 쇼핑
음식배달 늘고 온라인 선물 주문
中정부, 디지털 바우처 등 소비 촉진 노력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의 최대 황금 연휴인 춘제(春節·중국 설) 기간 중국인들이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방역 정책이 강화되면서 오프라인 소비는 줄고 온라인 소비는 늘어난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소비를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강력한 방역 속에 소비가 예전처럼 회복될지 미지수다.

6일 중국 베이징 왕푸징에서 베이징동계올림픽 기념품을 사기 위한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AFP)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1월31일~2월6일)는 소비가 폭발하는 시기다. 공식 공휴일은 1주일이지만 대부분 중국인들은 휴가를 쓰고 고향으로 돌아가 보름 이상의 연휴를 즐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중국의 춘제도 분위기가 바꿨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치면서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늘었다. 자연스레 중국의 소비도 급감했다.

올해는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맞는 3회째 춘제다. 중국 지방 정부는 지역 간 이동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해당 지역에서 소비 장려를 위해 다양한 쿠폰을 내놓았다. 기업들도 춘제를 앞두고 활발한 판촉행사를 펼쳤다. 이에 따라 중국의 춘제 기간 소비는 온라인에 집중됐다.

6일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인터넷 연합 플랫폼에서 춘제 연휴 닷새간(31~4일) 간 처리된 거래 금액은 4조 2000억위안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난 수치다. 거래량은 62억 3600건으로 전년 대비 5.3% 늘었다.

이중 외식 관련 판매상의 하루 평균 거래액이 무려 12.6% 늘었고, 소매업에서 중국 로컬 브랜드 거래금액도 13.75% 증가했다. 영상·오락 관련 온라인 결제는 전년보다 6.87% 늘었다.

중국 대표 배달앱 메이투안에 따르면 ‘니엔예판’(年夜飯·춘절 전날 먹는 저녁식사), ‘춘제’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또 니엔예판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3.25% 급증했다.

중국인 대부분이 여행을 가지 않고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인터넷 쇼핑을 하고, 게임이나 영화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데일리는 온라인 쇼핑이 중국 소비 성장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실물 경제의 탄력성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분석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징둥 닷컴은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고향에 가지 못하는 도시 거주 청년들이 부모를 위해 온라인으로 선물을 구매하면서 다른 도시로 보내는 주문 건수가 전년대비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디지털 전자제품, 건강관리 제품 등을 선물로 구매했다.



징둥다오지아에서 지난달 7일부터 23일까지 에어프라이어, 토스트, 전기오븐, 커피메이커 등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반면 여행 소비 심리는 위축됐다. 이날 경제 매체 제몐(界面)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행부는 춘제 연휴 기간 자국 내 여행객은 2억 5100만명(연인원 기준)으로 작년 동기보다 2.0%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이 기간 여행 소비액도 2892억 위안(약 54조 5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줄었다.

베이징, 선전, 시안 등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각 지방정부가 더욱 방역을 강화하면서다. 여행객과 여행 소비액은 코로나19 시작 전인 2019년 춘제 때의 각각 73.9%, 56.3% 수준으로 회복됐다.

중국 각 지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외지에서 온 이들에게 대부분 코로나19 검사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있는 곳에서 온 이들에겐 자가격리를 요구하기도 하고, 일부 학교는 타지를 다녀온 학생에게 일정 기간 등교를 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어 여행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극장가는 역대 2위 박스오피스(흥행수입)를 기록하며 나름 선방했지만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영화 통계 플랫폼 덩타(燈塔) 집계에 따르면 춘제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는 60억위안(약 1조 1313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78억위안보다는 감소했지만 중국 사상 2번째 기록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춘제 기간 박스오피스는 59억위안을 기록한 바 있다.

춘제 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장진호 속펀인 ‘장진호 전투의 수문교’ 포스터.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소비 회복이 느려지면 경제 성장 자체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중국 정부는 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지갑을 열 수 있는 정책을 다양하게 꺼내고 있다. 춘제 연휴에 귀향하지 않고 해당 지역에서 머무는 이들에게 디지털 바우처인 ‘홍바오’(紅包)를 일정 지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정책으로 소비 활성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소매판매 추세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격히 꺾였다. 특히 작년 12월에는 1.7% 증가하는데 그쳐 예상치(3.7%)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1분기가 경제성장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이번 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왕윈 거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소비는 중국 경제발전에 근본적인 역할을 하며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주요동력”이라며 “중국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 구매행태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