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책 훈풍·유가 반등에 정유·화학주 바닥 찍나
by최정희 기자
2019.01.07 16:10:35
4분기 실적 부진, 주가에 충분히 반영
유가 반등·경기부양책에 수요 회복..저가 매수 추천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경기둔화 우려, 국제유가 폭락에 시름하던 정유·화학주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미국과 중국발(發) 정책 훈풍에 주가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정유·화학주는 이날 일제히 반등했다. S-Oil과 SK이노베이션(096770) 등 정유주는 각각 4%대, 2%대 상승했고 LG화학(051910), 롯데케미칼(011170) 등 석유화학주는 각각 3%대, 6%대 올랐다. 낙폭이 컸던 대한유화(006650)와 금호석유(011780)는 각각 8%대, 10%대 급등세를 보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관련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데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0.1%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경기부양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둔화 우려가 일부 해소되면서 정유·화학주가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우리나라 정유업체 등이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당 55.59달러(4일)로 2거래일간 7% 넘게 급등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상 유가가 오르면 화학업종은 원료값 부담 증가에 부정적이지만 이날 주가는 미국, 중국의 정책 효과에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제시설 가동률이 97.2%로 전주보다 2.1%포인트 높아지는 등 향후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유·화학주는 작년 하반기부터 급락했다. S-Oil,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주는 국제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던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석 달간 각각 32%, 17% 가량 급락세를 보였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까지 한 달여가 걸리는데 이 기간 유가가 급락하면 원료값은 한 달 전보다 비싸게 산 데 반해 제품 가격은 유가 하락에 따라 떨어져 정제마진이 낮아지게 된다. 즉, 부정적인 래깅(Lagging)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 실제로 두바이유는 배럴당 3분기말 80달러에서 4분기말 52달러로 35%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S-Oil은 작년 4분기 100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정제마진 하락에 이미 사들인 원유 재고에 대한 평가손실이 대거 반영된 탓이다.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금호석유 등 화학주들은 국제유가가 급등, 급락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기 시작했던 작년 8월부터 10월말까지 석 달간 각각 30%, 43%, 26% 급락하다 11월 이후 소폭 회복되는 듯 했으나 최근 들어 경기둔화 우려에 다시 약세를 보였다. 화학업종 역시 정유업종처럼 래깅효과에 영향을 받는 데다 수요 부진으로 마진이 축소된 영향이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선 유가가 올랐을 때는 원료값 부담이, 유가가 하락할 때에는 제품가격 하락이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정유·화학주 모두 작년 4분기 실적 악화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데다 유가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산유국들의 감산 의지 등에 국제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정유주의 경우 올 하반기부턴 `국제해사기구(IMO) 2020 규제`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3.5%에서 0.5%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저유황연료유(LSFO)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정유주의 정제마진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현렬 연구원은 “영업전망치 하향 조정이 예상되는 1월, 정유주는 연중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며 “1분기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화학주는 중국 춘절 전후가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주에 대해 “두바이유가 배럴당 60달러를 하회하기 시작한 지난달 초순 이후 석유화학 제품 가격 하락 속도가 완만해지거나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판매단가 하락에 저가 메리트가 생긴 데다 중국 춘절 전후 성수기에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