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의혹 대법원, 하드디스크 끝내 못 준다..."파일 제공"

by노희준 기자
2018.07.03 17:30:41

"파일 임의제출 형식...하드디스크 포렌식 절차 진행"
법원행정처 차장 ''수사 관련 안내 말씀'' 자료 배포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대법원이 하드디스크 원본 제출은 끝내 하지 않은 채 하드디스크 내 “파일을 임의제출 하는 형식”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키로 했다.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은 3일 언론에 낸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수사팀이 대법원 청사 내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입회하에 수사에 필요한 하드디스크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등의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포렌식은 PC나 휴대폰의 저장 자료를 수집·복구·분석해 증거를 확보하는 과학 수사기법이다. 결국 대법원은 검찰 수사팀에게 의혹의 하드디스크 실물은 내주지 않은 채 통칭 ‘복구’하는 과정을 거쳐 그 속의 의혹 파일을 넘겨 주는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하디디스크 원본을 제출하지는 않고 그속의 파일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행정처 간부·심의관 등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법인카드 사용내역, 관용차 운행 일지, 이메일 등의 임의제출을 요구했지만 대법원은 3차 자체조사 기구였던 ‘사법부 특별조사단’의 조사 대상 410개의 문서 정도만 제공했다.

법원은 개인정보보호 문제와 당사자 동의 필요 등을 이유로 원본 제출을 거부했다. 하지만 검찰은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하드디스크 원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이 양 전 원장과 박병대(61) 전 행정처장의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 방식으로 물리적으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증거인멸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은 또 두 대법원장의 디가우징 논란에 김명수 대법원장 등의 연루 의혹에 대해 “하드디스크에 대한 디가우징 처리 및 물리적 폐기 조치는 규정과 업무처리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개별 하드디스크의 교체나 폐기 등에 대해 별도의 결재절차가 없어 현 대법원장이나 김소영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디가우징 처리를 알지 못했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