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정상회담에 촉각 곤두세운 유통街

by송주오 기자
2018.06.11 15:01:07

북미 정상회담 결과 남북경협에 영향
롯데, 북방TF 구성해 북한 사업 검토
CJ대한통운, 중국·러시아 물류 루트 확보…북한 철도 연결 기대
"북한, 지리적 이점 및 문화적 이해도 높은 매력적인 시장"

CU가 개성공단에서 운영했던 매장 전경 모습.(사진=CU)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전 세계의 이목이 싱가포르를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담이 열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기의 담판’이라고 불리는 이번 정상회담에 국내 유통업계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있어서다.

유통업계에서 남북 경제협력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이달 초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부사장)을 필두로 하는 ‘북방TF’ 구성을 마쳤다. 북방TF는 식품부터 호텔, 화학, 유통까지 롯데의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포진해있다. 이진성 롯데 미래전략연구소장도 참여해 북방 사업 전략을 짠다.

롯데그룹은 1995년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롯데제과 공장 설립을 우선 검토했다. 실제 1997년 북한의 조선봉화총회사와 함께 초코파이 투자를 추진했다. 이듬해 정부로부터 ‘남북협력사업자’로 승인받아 탄력을 받았던 북방사업은 서해교전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끝내 좌초됐다. 롯데그룹은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개성공단에 초코파이, 칠성사이다 등을 공급하면서 우회로로 아쉬움을 달랬다.

롯데그룹은 북방사업을 위해 그동안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왔다. 2015년 16개 계열사의 신사업 전문가 20여명이 모여 6개월간 북한연구회를 운영했다. 북한연구회는 북한의 정치와 경제, 문화 현황 등에서 협력 방안을 연구하는 곳이다. 롯데그룹은 이달 중으로 2기를 구성할 예정으로 1기보다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북방 사업은 러시아와 중국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호텔과 연해주 지역의 영농법인 및 토지경작권을 인수했다. 또 중국 동북 3성 지역에 있는 선양에는 ‘선양 롯데월드’ 건설을 진행 중이다.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주거, 쇼핑, 관광단지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편의점 CU도 북한에서 사업 재개를 기다리는 유통업체 중 하나다. CU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에서 매장을 운영했다. 전신인 훼미리마트로 2002년부터 금강산 관광단지에 매장 3곳을 열었고 이어 2004년 개성공단점을 시작으로 2007년과 2014년 신규 매장을 연이어 오픈했다. 당시 매장 점장은 CU 직원이었으며 편의점 일반 직원은 북한 사람을 고용했다. CU는 남북경협 활로만 확보되면 언제든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며 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북한과 철도 연결을 염두에 둔 북방물류를 기획하고 있다.(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은 북한의 개방을 기다리며 물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북한과 인접한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축구장 14개 규모의 대형물류센터 ‘선양 플래그십 센터’를 세웠다. 선양 플래그십 센터는 부지면적만 9만7630㎡(약 3만평)로 일반화물, 냉장화물, 대형 중량화물을 보관할 수 있다. 전통적인 공업 중심지인 랴오닝성을 중심으로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이 주요 공략대상이다.

아울러 러시아 물류기업 페스코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이용권도 확보했다. CJ대한통운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간 철도를 이용해 유럽까지 물류를 수송하는 루트를 기획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일 우리나라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CJ대한통운의 북방물류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OSJD는 유럽-아시아 간 국제철도 운행을 위한 국제기구로 정회원 국가는 통관 절차와 관세 등에서 혜택을 받는다.

국내 최대 리조트 운영회사인 대명그룹도 북한 원산 갈마 해안 관광지구와 마식령 스키장 등을 인수 및 위탁영업하는 방식으로 북한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과 문화적으로 다른 곳과 비교해 이해도가 높은 매력적인 신시장”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대북제재 완화, 남북경협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회담 내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