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주식거래하고 취직 편의 봐주고…금감원 모럴해저드 백태

by노희준 기자
2017.09.20 16:38:36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금융감독원 기관운영 감사결과는 금감원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감사원 결과 금감원 임직원 44명이 주식투자 등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금감원 임직원 1942명 중 최근 5년간 기업정보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한 적이 있는 161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금융거래정보 제공동의를 얻어 138명에 대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금융투자상품거래내역을 점검했다. 그 결과 자본시장법 또는 관련 내부규정을 어긴 44명(중복자 제외)이 적발됐다. 23명은 아예 정보제공 동의를 하지 않았다.

직원 A씨의 경우 자신의 휴대전화에 장모계좌를 개설하고, 2013∼2016년에 7244회에 걸쳐 모두 735억 원어치의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본인 자금과 장모의 자금을 함께 운용했다. B씨는 처형 계좌를 통해 8억 원어치의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다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들 2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비상장주식 매매 과정에서 신고해야 한다는 내부규정을 위반한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 직원 C씨는 2012년 4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50회에 걸쳐 누계 11억4000만 원 상당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고도 금감원에 통지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이 규정을 잘 지키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하며, 같은 법에 따라 금감원 임직원들도 이 조항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감사원은 금감원장에게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보유·매매 관련 점검절차를 보완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또는 내부규정 위반이 적발된 44명에 대해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각종 채용비리도 드러났다.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시험 당시 총무국장 이모씨는 지인으로부터 합격문의를 받은 지원자 A씨가 필기전형 합격대상이 아니라는 보고를 받았다. 이에 따라 그는 3개 분야(경제·경영·법학) 채용 예정 인원을 각 1명씩 늘릴 것을 실무자에게 지시했다. A씨는 경제학 분야에 지원했는데, 필기전형 합격자는 채용예정 인원 11명의 2배수인 22명까지였고, A씨는 23위로 탈락할 상황이었다. 이 국장의 지시에 따라 A씨는 필기전형에 추가로 합격했고,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했다. 면접에서 이 국장은 A씨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줬다.

B씨의 경우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원서에 ‘대전 소재 대학졸업’으로 적었다. 금감원 인사담당 팀장 등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필기합격 취소 여부 결재권자인 서태종 수석부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들은 1차 면접합격자 보고문서와 2차 면접전형 참고자료에 B씨를 ‘지방인재’라고 적었다.감사원은 전 총무국장 이씨를 면직하고, 인사 실무를 총괄했던 팀장을 정직 처분할 것을 금감원장에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