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요절한 천재 권혁주…음악계 애도물결 "큰축 잃다"

by김미경 기자
2016.10.13 16:35:38

바이올린 차세대 주자 돌연사 클래식계 충격
동갑내기 김재영·정경화·김선욱 등 고인 기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정지·외상 없어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구본숙).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알고 지내온 시간만 16년, 함께 연주하며 성장하고 자극이 됐던 동갑내기 친구”(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음악을 지독히도 사랑한 청년”(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늘 과로에 시달렸던 너, 이제는 편히 쉬렴. 많이 그리울 거다”(피아니스트 김정원), “혁주씨 생각 없이 이 노래를 하긴 힘들 것 같다”(소프라노 임선혜).

클래식 음악계가 ‘음악신동’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31)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에 빠졌다. 지난 12일 그의 부고 소식에 많은 동료 및 선후배 음악가들은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고인과 동갑내기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재영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동갑내기 친구 혁주가 하늘로 갔다. 알고 지내온 시간만 16년, 함께 연주하며 성장하고 자극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의 자리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든든하던 그런 친구가 내 생일 다음날 하늘로 떠났다”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김재영은 “믿기지도 않는 데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멀리 있어서 마지막 인사도, 빈소에서 눈물도 흘리지 못한다는 게 마음을 찢는다. 기일이 내 생일 다음날이 된 친구, 평생 잊지 않고 마음에 묻는다. 그곳에선 그저 행복하길”이라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혁주를 이렇게 떠나보내니 황망함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음악을 지독히도 사랑한 청년이었다. 마음이 몹시 아프다. 편히 쉬고 너를 영원히 잊지 않으마”는 글을 남겼다.

피아니스트 김선욱도 “항상 좋아했던 형이자 동료였다. 형이 살아온 얘기를 듣는 게 너무 좋았는데 너무 일찍 떠났다. 보고 싶을 것”이라고 애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자주 무대에 함께 올랐던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혁주야,너의 실연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지만 네 음악이 세상에 남긴 위로와 감동은 영원히 기억될 거야. 늘 과로에 시달렸던 너, 이제는 편히 쉬렴. 많이 그리울 거다”라고 고인을 기렸다.



고인의 생전 마지막 무대를 함께한 소프라노 임선혜는 “혁주씨 생각 없이 이 노래를 하긴 힘들 것 같다”고 적었고, 작곡가 류재준은 “우리는 천재를 잃은 것이 아니라 우리 옆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보냈다”고 애도했다.

누리꾼들의 애도 댓글도 이어졌다. ‘사망 뉴스가 오보였으면 좋겠다’ ‘음악계에 촉망받는 사람인데 너무 안타깝다’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등 추모글이 잇고 있다.

한편 권혁주는 12일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정지. 애초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었던 빈소는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 때문에 영정 사진만 덩그러니 놓여진 상태다. 오후 7시께 차려질 예정이다.

고인은 한국 음악영재의 1세대로 통한다. 그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며 한국 젊은 음악가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세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 7세 때 한예종 예비학교에 입학해 김남윤 교수를 사사한 뒤 9세 때 러시아 모스크바 중앙음악학교에서 수학했다. 11세에 차이콥스키 청소년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했고, 1998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제1회 금호영재로 선정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2004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파가니니 국제바이올린콩쿠르와 카를 닐센 바이올린콩쿠르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그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선욱과 함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한국의 클래식 열기를 지핀 차세대 대표주자로 꼽힌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측은 “대한민국 클래식계가 큰 축을 잃었다”며 “재단이 20년 넘게 가까이서 지켜 본 고인은 리허설 시간에도 항상 20분 먼저 도착해 준비하고 있는 엄격한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했다. 이어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했지만 자가운전으로 이동하는 고인의 특성상 계속되는 바쁜 연주 스케줄이 건강에 큰 무리를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