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전 검사장에 劍 겨눈 檢…'셀프수사' 논란

by민재용 기자
2016.05.11 18:48:56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대표의 법조계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번 사건의 핵심 선상에 있는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는 결국 검찰 내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지난 2011년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던 홍 변호사는 검찰 내 대표적 특별수사통으로 선후배들의 신임이 두터운 검사였다.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을 비롯해 한보그룹 비리, 박연차 게이트 등 세상을 떠들썩 하게 한 사건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그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정에서 윗선과 마찰을 겪고 옷을 벗자 검찰 내부에서는 그의 퇴

지난 2009년 이인규 대검중수부장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 최종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홍만표 대검중수부 수사기획관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직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그가 전관 변호사로서 고액 수임료를 받는다는 소문이 법조계에 돌면서 그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그가 2013년 한해 동안 수임료로 번 돈만 국세청 신고기준으로 91억 2000만원에 달했다.

정 대표로부터 받은 수임료도 1억 5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 대표측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홍 변호사측에 건넨 돈이 더 많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세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홍 변호사를 둘러싼 의혹의 본질은 수임료 규모 문제가 아니다. 그가 검찰에 청탁 등을 통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또 검찰이 홍 변호사의 청탁을 받고 원정도박을 벌인 정 대표를 무혐의 처분했는 지가 이번 법조비리 의혹의 핵심이다.

홍 변호사는 지난 2014년 이후 정 대표의 도박 사건을 모두 세 차례 수임했다. 이중 두건은 검찰이 수사단계에서 무혐의로 종결처리했다.



검찰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 대표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리가 됐을 뿐이지 선배 검사 출신의 변호사 압력에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은 아니라는 항변이다.

홍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초점도 홍 변호사 개인의 탈세 여부에 맞춰져 있지, 검찰 수사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와 그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 변호사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파헤치려면, 검찰 내부로 수사 칼날을 돌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미 공식적으로 의혹을 전면부인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는 여러가지 제기된 의혹에 기반하고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구체적 피의사실을 특정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법조비리 수사는 검찰이 아닌 특별검사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일 정 대표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된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홍만표 변호사 연루로 검찰도 이번 법조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그런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