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5.01.29 18:00:02
100% 민간기업 불구 2009년 독점적 사업구조 이유로 지정
자통법 통과 이후 방만경영에 발목
복리후생비 68% 깎는 노력 끝에 공공기관 해제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한국거래소가 처음부터 민영기관은 아니었다. 원래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 1988년 증권사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민영화됐다.
이후 2005년 1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 선물거래소가 합쳐져 통합 한국거래소가 탄생했다. 증권사와 선물사, 금융투자협회 등 민간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정부 지분은 단 한 주도 없는 순수 민간회사다.
하지만 2009년 돌연 공공기관에 지정됐다. 한국거래소가 독점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있고 시장감시 등 공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이면에는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통합 거래소 2대 이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 이사회가 청와대 추천을 받은 유력 후보를 서류심사에서 낙마시키고 이정환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한 것에 대해 보복성 지정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이후 이정환 이사장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를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당시 이정환 전 이사장은 물러나면서 공공기관 지정 당시 한 청와대 인사로부터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래 저래 정권의 눈밖에 난 만큼 공공기관 해제는 먼 일인 듯 했다.
2012년 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공공기관 해제 기대감이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필요하면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어 2013년 1월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법령상 독점이 여전하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을 유지키로 했지만,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독점적 사업구조가 해소되면 지정해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단서를 달아 기대감을 심어줬다.
그해 5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공공기관 해제의 꿈은 실현되는 듯 했다. 대체거래소(ATS) 와 복수거래소 설립 근거가 마련되면서 법적 독점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만경영이 발목을 잡았다. ‘신의 직장’으로 불릴 만큼 공공기관 중 평균 연봉 1위를 고수해온데다 복리후생 수준도 과도하다는 지적에 그해 12월 기획재정부로부터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에 지정된 것.
이에 따라 작년 한해 동안 1인당 복리후생비를 1306만원에서 410만원으로 68.6% 대폭 줄이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두 차례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아 방만 경영 꼬리표를 뗐다.
공공기관 지정 사유를 모두 해소한 만큼 올해 공운위에서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어느 해보다도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는 지정 근거가 사라진 이유도 있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본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더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족쇄를 풀어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시장 활성화는 물론이고 핀테크 등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도 적극 부응할 수 있지 않겠냐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