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고령'은 맥아더 시대 군정용어…계엄법엔 없어"
by성주원 기자
2024.12.27 18:40:04
이준일 교수, 탄핵심판 쟁점·전망 토론회 발표
"정확한 용어는 '특별조치'…무제한 권한 우려"
"헌법과 계엄법 사이 괴리 문제…법 개정 시급"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심판 쟁점과 전망’ 토론회에서 “전국 단위 계엄은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법에 명시돼 있어, 계엄사령관 명의로 발표된 포고령은 사실상 대통령의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황운하 의원실 주최 ‘윤석열 탄핵심판 쟁점과 전망’ 토론회 모습. (사진= 성주원 기자) |
|
이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 측에 국무회의 심의 절차 회의록과 포고령을 요구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포고령에 계엄이라는 상태의 선포와 함께 그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 조치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계엄 선포와 분리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포고령’이라는 용어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 계엄법은 ‘특별 조치권’이라고 규정하고 있지 ‘포고’라는 말을 쓰고 있지 않다”며 “포고라는 말은 1945년 해방 이후 맥아더가 한국에 진주하면서 선언했던 군정 실시와 계엄 선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계엄법의 한계도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계엄법에는 계엄사령관의 특별 조치 내용에 대한 한계 규정이 없어, 어떤 내용이라도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이로 인해 영장 없는 체포·구금이 가능해질 수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헌법과 계엄법 사이의 괴리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헌법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한정했지만, 계엄법은 ‘행정사무와 사법사무가 현저히 곤란하다’는 요건을 추가했다”며 “이로 인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헌법재판소의 업무까지 제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이 선출한 국회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결국 대통령을 국가와 동일시하거나 그렇게 선출한 국민을 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는 그 자체로 반국가적이고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포고령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나 노동3권 제한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의료인에 대한 업무복귀 조치는 강제노역에 해당할 수 있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모든 법률 집행 행위가 비례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특별 조치라 해서 아무런 법적 한계 없이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 대국민 담화, 포고령 내용이 헌법재판소의 주요 탄핵 쟁점이 될 것”이라며 “법 위반의 중대성이 너무나 직관적이어서 헌재가 특별한 고민 없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