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망치고 싶냐"…신당역 역무원 살해범이 3개월간 보낸 문자
by김민정 기자
2022.09.15 20:29:25
징역 9년 구형받고 선고 전날 범행
경찰, 가해자 신상공개 검토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살해사건의 가해자 전모 씨가 지난해 10월 체포됐다 풀려난 뒤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 15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께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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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께 신당역 2호선 역사 내부에서 전씨(31)를 살인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전씨는 당시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여성 역무원 A씨(28)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와 A씨는 과거 다른 형사 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 관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징역 9년을 구형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1심 선고 예정일 하루 전날 밤 A씨를 찾아가 범행에 나선 것이다.
전씨는 A씨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는데 지난해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직위 해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재판을 받던 전씨가 A씨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0월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전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 수사에 나섰다. 다음 날 전씨를 긴급체포하고 같은 달 9일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와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전씨는 A씨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문자 메시지를 약 3달간 20~30건 가까이 보냈다고 JTBC는 전했다.
결국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지난 1월27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됐다.
| 15일 오후 20대 여성 역무원 살인사건이 벌어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추모의 꽃과 혐오 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글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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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 2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 혐의로 전씨를 재판에 넘겼고, 지난 6월에도 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소지 등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전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그러자 전씨는 재판부에 반성문을 지속해서 제출했다. JTBC는 “전씨는 범행 당일인 14일에도 법원에 두 달 치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씨의 반성문을 본 A씨는 자신의 변호사에게 “반성하는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변호사는 매체에 “반성문도 열람해서 다 확인했는데 처벌을 덜 받기 위해 합의해 달라는 취지였다”며 “피해자로서는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범행 당일 일회용 위생모를 착용한 채 화장실 내부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리다 A씨가 나타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이내 숨졌다.
경찰은 “전씨가 범행을 오래전부터 계획했다고 진술했다”며 “보복성 범죄로 확인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혐의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토킹 범죄 가해자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보호조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피해자 보호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 15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께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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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피해자가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불법촬영 등 혐의를 수사하던 지난해 A씨를 신변보호 112시스템 등록하는 등 안전조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원치 않아 스마트워치 지급과 연계순찰 등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피해자가 연장을 원하지 않아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경찰의 판단으로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조치를 (해야 했는데)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