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의장단 선출'은 훈시규정" 주장, 원조는 민주당(종합)

by유태환 기자
2020.06.04 17:02:19

김태년 "하늘 두 쪽 나도 내일 본회의 연다"
주호영 "국론 분열, 독재 선전포고" 맹비난
'6월 5일 개의' 첫 적용 15대, 정반대 얘기
"강행규정 아니다"vs"지켜야 할 법적 의무"
전문가 "위치·입장 바뀌어도 행동 일관돼야"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국회법이 명시하고 있는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 기한을 앞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대로 본회의를 열고 의장단을 뽑겠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당은 177석을 이용한 여당의 독재 행태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확보를 중심으로 한 원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21대 국회 여야 협치가 첫발부터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내일 본회의를 반드시 열겠다”며 “내일 본회의를 일하는 국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총선 민심을 존중한다면 지금이라도 일하는 국회에 동참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통합당이 조건 없이 내일 본회의에 참석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지난 2일 비교섭단체 군소정당들과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 대로 5일 본회의를 강행하겠다는 얘기다. 김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의장단 선출’을 안건으로 하는 본회의를 5일 오전 10시에 개의하겠다고 공지까지 한 상황이다.

반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공개 발언에 대해 “국론을 분열시키는 가장 나쁜 졸속·폭정·독재의 선전포고”라고 맹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6월 5일 의장단 선출에 협의하면 상임위원장 배분은 협상할 수 있고, 의장단 선출에 협조하지 않으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지고 가려면 의장이 우리 당 의원들까지도 상임위를 강제 배정해야 되는 헌정사에 없는 폭거를 해야만 한다”고 날을 세웠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나면 국회법상 8일이 선출시한인 상임위원장마저 모두 독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회법은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의 집회일부터 2일 이내에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하여야 하고, 이 기한까지 요청이 없을 때에는 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여야는 ‘최초의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한다’는 국회법 규정이 처음 적용된 15대 국회에서는 지금과 정 반대 논리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민주당이 오히려 “국회법에 6월 5일 의장단을 선출하도록 한 것은 훈시규정”이라는 통합당 주장의 원조격인 것으로 드러났다.

15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1996년 6월 5일 제1야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 소속 박상천 원내총무(현재의 원내대표격)는 “여당은 원 구성 시한을 새로 규정한 94년 6월 28일 국회법의 개정조항을 준수하기 위해서 단독 국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며 “그러나 이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훈시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회의장 선거는 여야 합의로 하는 것이 원칙이자 관행”이라며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국회의장이 존경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여당이었던 신학국당(통합당의 전신) 역시 의장선출을 밀어붙이려고 하는 행태를 보였다. 당시 박헌기 신학국당 의원은 “6월 5일 국회 개원은 여야가 합의에 의해 만든 국회법에 따라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의무사항이지 정쟁의 볼모가 될 수 없다”며 “원구성을 볼모로 장기간 정쟁을 되풀이하는 악습을 방지하기 위해서 국회법에 강제규정으로 명시한 사항”이라고 했다.

여야가 6월 5일 법정 시한에 맞춰 국회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는 공방을 24년 전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여당은 177석 의석이 있기 때문에 굳이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국민들한테 줄 필요가 없다”며 “결국 협상이 아쉬운 것도 여당보다는 야당”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야는 입장과 위치가 바뀌어도 말과 행동이 일관돼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본인들을 위한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