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이견 없다"→"협의해 추진"…거래소 폐쇄 말바꾼 법무부

by이승현 기자
2018.01.11 18:51:07

靑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확정 아냐" 발표에 긴급 입장문
"관계부처와 협의통해 추진"이라며 사전합의 부족 인정해
법무부 발표에 가상화페 시세 폭락·수만명 항의 청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적폐 청산, 수사권 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최훈길 기자] 청와대가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방침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못 박자 법무부가 반나절 만에 결국 말을 바꿨다.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특별법 제정을 두고 부처간 사전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법무부는 11일 오후 청와대의 입장 표명 이후 이에 대한 부처 차원의 입장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입장문에서 “지난해 12월 28일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에서 밝힌 것처럼 정부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 놓고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법무부는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을 준비해왔고 추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지와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모두 폐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정부 차원의 입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에 대해선 유관부처들과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기자들이 유관부처와의 사전협의 여부에 대해 2~3번 정도 질문해 나온 대답이다.

박 장관의 이날 발언으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는 등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에는 가상화폐 규제방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이 순식간에 수만건 넘게 올라왔다.

여기에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방침을 두고 유관부처들이 서로 조율되지 않은 모습도 엿보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금지 법안에 대해 “법무부와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간 조율된 말씀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 간담회를 마친 후 본지 기자가 ‘법무부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한다고 하는데 입장이 공유된 것인지’ 묻자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른 기자들이 잇따라 질문을 하자 “(세종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TF(태스크포스)’에는 법무부, 기재부, 금융위, 국무조정실,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 TF에 참여 중인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그동안 법무부가 TF에서 밝혔던 법무부 의견”이라며 “합의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법무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가 범정부 차원의 확정된 계획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이 나오자 당황하며 긴급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입장문을 내어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추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가겠다”며 “유관부처들과 이견이 없다”던 기존 말을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