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이어 공기업도 '4시 퇴근'.."환영" Vs "특혜"

by최훈길 기자
2017.04.20 15:33:28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속도전
한전 등 공공기관 17곳도 내달 시행
연내 전면도입 검토, 유일호 "일 문화 개선"
대책 발표 두달째, 민간기업 도입 0건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박종오 기자] 공무원에 이어 공기업도 1달에 한 번씩 오후 4시에 퇴근하는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제도를 내달부터 시행한다. 정부는 연내에 전 부처,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공무원, 공공기관 대다수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참여는 지지부진해 공공기관만을 위한 특혜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부터 한국전력(015760)공사 등 1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시범 실시한다고 20일 밝혔다. 가족과 함께하는 날은 주중에 30분씩 일을 더 하고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이나 한 달 중 하루를 정해 평소보다 2시간 앞당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제도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2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내수 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소비·민생 개선 대책’으로 이 제도를 논의했다. 이는 일본이 지난 2월24일부터 시행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본뜬 것으로 공식 명칭은 ‘그룹별 집단유연근무제’다. 지난 14일 인사혁신처를 시작으로 기재부·법제처·문화체육관광부·중소기업청 등 중앙부처가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한국중부발전, 예금보험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산업인력공단,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소비자원, 한국국토정보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공무원연금공단 등 17곳이 내달부터 시행한다.

기재부는 현재 노·사 합의를 거쳐 유연근무제를 이미 도입했고 참여를 희망하는 공공기관 중 업무 특성과 기관 소재 지역, 직원 수 등을 고려해 시범 기관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제도 적용 범위와 조기 퇴근 요일 등 세부 내용은 기관 여건에 따라 유연근무제 틀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모두 조기 퇴근 제도를 잇따라 도입 중이다. 중앙부처는 이르면 내달부터 ‘4시 퇴근’ 제도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의견 수렴 중인 몇 개 부처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처들의 계획서는 받았다”이라며 “최대한 빨리 (가족과 함께 하는 날 관련) 시행 계획을 제출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는 7~8월쯤 시범운영 기관 성과를 평가해 이르면 연내에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조기 퇴근을 적극 장려하는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바야흐로 봄기운이 완연하고 조만간 봄 여행주간도 시작된다”며 “다음 주 금요일인 28일에 시작되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에 적극 참여해 기획재정부부터 일하는 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나 공무원들도 ‘4시 퇴근’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공기관에서 근무 중인 워킹맘 A 차장은 “오후 4~5시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려오는 게 난감할 때가 많다”며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눈치 안 보고 일찍 퇴근해 엄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중앙부처 B 과장은 “금요일 날 세종 청사에서 집으로 밀리지 않고 수월하게 퇴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특혜 시비를 우려하는 반응도 나왔다. 대책을 발표한 지난 2월 이후 현재까지 ‘조기 퇴근’을 도입한 민간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C 차장은 “이미 몇년 전부터 개인별로 조기 퇴근을 실시해 왔고 유연근무 실적도 정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번 대책이 딱히 새로운 건 없는데 민간기업과 비교돼 욕만 먹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을 새로 도입한 기업에 대한 데이터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이달 말 ‘일가정양립 환경개선 지원사업 승인심사위원회’가 열리면 새로 도입한 기업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