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해외자원개발 매각안 6월 확정..헐값 매각 '우려'

by최훈길 기자
2016.03.07 18:11:47

석유·가스·광물공사, 이르면 하반기부터 매각 착수
산업부 "비용절감 1순위 목표"..우량자산까지 정리 검토
고유가에 사고 저유가에 파는 셈..전문가 "장기적 정책 짜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부채난이 심각한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사업 매각·개편안을 6월까지 확정하기로 했다. 매각안이 확정되면 이르면 하반기부터 매각 작업에 착수해 조(兆)단위의 매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해외자원개발로 수조원 손실이 났는데 우량 사업까지 ‘묻지마 헐값’ 매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중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 연구’ 용역이 마무리 되고 나면 오는 6월까지 한국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개발사업 매각·개편안을 포함한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석유공사·광물자원공사는 지난 4일 기재부·산업부 및 노사 협의를 거쳐 해외자원개발 사업 매각 계획을 처음으로 발표하면서 매각 논의에 불을 지폈다. 2018년까지 석유공사는 4000억원, 광물공사는 6564억원(국내 포함 6781억원) 규모로 해외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같은 기간 해외사무소의 경우 석유공사는 7곳 중 5곳, 광물공사는 11곳 중 8곳을 폐쇄한다. 2020년까지 석유공사는 공사·해외자회사 인력 약 30%(1258명)를, 광물공사는 인력 20%(118명)를 줄이기로 했다. 석유·광물공사보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가스공사는 안진의 연구용역 결과를 본 뒤 자체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들 에너지공기업 3사가 얼마나 ‘군살빼기’를 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매각·개편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기재부가 에너지공기업 전반적인 기능조정, 산업부는 해외자원개발사업 개편을 집중적으로 검토 중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핵심은 에너지공기업의 비용절감”이라며 “최종 개편안은 6월 공운위(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공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당기순손실이 석유공사는 재작년 약 1조6111억원에서 지난해 약 4조5003억원, 광물공사는 2635억원에서 2조63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들은 “저유가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현금유출을 수반하지 않는 자산손상”이라고 해명했지만, 1년 새 실적 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나 공사들 모두 대규모 사업매각을 검토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석유공사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며 “이대로 가면 더이상 못 버틴다. 정부 개편안이 나오기 전이라도 공기업들이 부실자산은 알아서 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채 감축을 위해 우량 자산까지도 매각 대상으로 검토된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매각 정보여서 사전에 매각 대상을 밝힐 순 없다”면서 “부채 감축, 투자비 부담을 고려하면 비핵심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우량사업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산업부는 지난해 감사원이 에너지공기업 3사의 매각 검토대상으로 지적한 10여개 사업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주요 매각대상으로 △손실 금액만 2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1조2000억원 손실을 입은 영국 다나 유전 △수년간 수천억원씩 적자가 발생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사업 △부도난 사업을 인수하는데 1조원 넘게 투입한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사업 △이슬람국가(IS)에 점령당해 수천억원 손실을 입고 사업이 중단된 이라크 아카스 가스사업 등이 주요 매각대상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부채 감축을 1순위로 밀어붙일 경우 나타날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나섰다가 부채를 떠안게 됐는데 이제는 홀로 욕 먹고 불과 몇년 만에 사업까지 접게 됐다”고 토로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 이상 부실 자산을 세금으로 떠 받칠 순 없지만 유가가 비쌀 때 사고 내려가니까 파는 거꾸로 가는 에너지 정책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정부가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