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만기 몰린 PF…장기대출 전환 방안 나온다

by김성수 기자
2023.01.02 18:12:19

PF 단기사채·ABCP, 1분기에만 32조 만기 돌아온다
ABCP 등 단기상품, 차환 위험…단기자금시장 '뇌관'
HUG 'PF ABCP→장기대출' 사업자보증 1~2월 발표
장기대출로 위험 해소 가능…'도덕적 해이' 막아야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단기 금융상품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장기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자보증이 올해 1~2월 중 발표된다.

이달 약 17조원에 달하는 PF 단기사채·ABCP가 만기를 맞으면서 자금시장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차환 리스크를 조기에 막기 위해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 중(1~31일) 만기 도래하는 PF ABCP는 16조5000억원(유동화 단기사채 포함) 규모다. PF 단기사채 금액 14조7000억원, PF ABCP 1조8000억원을 합쳐서다.

또한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오는 2월과 3월에는 각각 약 10조원, 5조원의 PF ABCP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만 약 32조원에 이르러 차환 리스크가 높다.

올 초 만기도래 물량이 이처럼 많은 것은 작년 하반기 만기였던 대규모 물량들이 차환(리파이낸싱)되면서 만기가 올해 1~2월로 연장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레고랜드 사태’로 작년 10월~11월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통상 3~6개월인 PF ABCP 만기를 1~2개월로 줄여서 투자 자금을 유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 단기 자금시장 경색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 대규모 만기가 단기에 집중되면 자금시장에 ‘차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에 HUG는 PF 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자보증 신설을 올해 1~2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구체화하는 조치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열고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의 세부 내용을 보면 정부는 PF 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자보증을 통해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자료=‘2023년 경제정책방향’ 중 일부 캡처)
해당 조치는 ‘부동산PF 부실’을 막는 게 목적이다. 시행사(차주)들은 부동산PF 사업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후(브릿지론 및 본PF 대출) 인허가 및 공사를 진행한다. 또한 해당 사업장의 분양을 실시해 분양대금으로 현금이 들어오면 빚을 상환한다.

이 때 유동화전문회사(SPC)는 시행사의 PF 대출채권을 담보로 ABCP를 발행한다. 이 ABCP에 대해 건설사 또는 증권사가 신용을 보강해준다. 자금력 있고 신용등급 높은 건설사 또는 증권사가 ‘빚 보증’을 서는 셈이다.



다만 PF ABCP는 만기가 몇달 정도로 짧기 때문에 공사 기간에 계속 차환(리파이낸싱)을 해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차환 시점마다 금리나 자금시장 수급 등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것이다.

만약 PF ABCP가 차환해 실패해서 부도나면 ‘레고랜드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해당 ABCP에 신용보강을 제공한 건설사 또는 금융회사가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돈가뭄’ 현상이 연쇄적으로 커질 수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들이 PF ABCP를 장기 대출로 바꾸면 나중에 분양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차환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토지 전체를 매입 완료하고 분양을 앞둔 사업장만 장기 대출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토지 일부(예컨대 95%)만 매입한 경우와 분양 완료 사업장(분양률 양호 등)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필요시 추가 출연, 출자 상황 등을 봐가며 공급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HUG도 관련 세부계획을 내부적으로 적극 논의 중이다. HUG 관계자는 “연초에 PF ABCP를 장기대출로 전환하는 사업자보증 신설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연초인 만큼 1~2월경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제도를 실시할 때 ‘어느 수준’까지 지원할지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 대부분을 매입했고 입지가 양호해 분양 호조가 예상되는 사업장은 장기 대출 보증 지원이 불필요할 수도 있다.

반대로 입지가 좋지 않아 분양률 저하가 예상되는 보이는 사업장에 HUG가 장기 대출로 보증 지원을 해주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부실 PF 사업장을 무분별하게 지원해 국민 혈세를 낭비할 수도 있어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사업성이 낮아 유동성이 막힌 곳이 무너지면 도미노 효과로 금융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올해 1~2월 만기도래하는 유동화 상품이 많아서 경계감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무차별적 지원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