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부터 결렬, 극적 담판까지…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막전막후'(종합)
by이지은 기자
2022.03.03 15:59:37
'전권 논란' 尹 장제원-安 이태규 라인 물밑 가동
2일 토론 직전 의지 재확인…후보 설득해 회동 성사
安 중도 사퇴 4번째, '철수 정치' 이미지 과제로 남아
"현실 가능한 방법 찾았어야…실망한 분들께 죄송"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야권 단일화가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3일 극적 성사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공개 제안(2월 13일)부터 결렬 선언(2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협상 일지 공개(27일)에 이어 두 후보의 공동기자회견(3월 3일)까지 총 18일이 소요된 여정이었다. 두 후보는 이날 공동선언문에서 “오늘의 선언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단일화는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했다.
|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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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담판은 지난 2일 0시께 두 후보의 회동으로 이뤄졌다. 이 자리엔 윤 후보 측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안 후보 측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배석했다. 만남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장 의원의 매형 자택에서 이뤄졌다. 마주앉은 두 후보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협의는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전해졌다. 넷은 여기서 2시간 반 만에 공동선언문 초안을 작성했다.
장제원-이태규 라인은 윤 후보의 기자회견 직전까지 가동된 마지막 단일화 협상 채널이었다. 합의가 무산되자 둘의 ‘전권 대리인’ 자격이 문제가 됐다. 다시 전면에 등장한 장 의원은 “매형이 과거 안 후보와 카이스트 교수로 인연을 맺은 가까운 사이라 서로 의사 전달이 편하다고 생각했다”는 윤 후보의 배경 설명에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을 재점화했다. 이 본부장은 사실상 국민의당 내 유일한 스피커 역할을 하며, 안 후보 권한 위임 정도와 공동정부 관련 보고 여부를 두고 진실 게임을 했다.
외부 잡음 속에서도 둘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재개 시점을 저울질하다가 본격 움직인 건 지난 2일 마지막 법정 TV토론 직전부터였다. 이때 단일화 의지를 재확인한 둘은 직후 회동을 구상한 뒤 토론을 끝낸 각 후보에게 보고했다. 특히 이 본부장은 이날 일정을 마친 안 후보를 따로 당사로 인도해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해진다.
안 후보가 하루아침에 합당을 포함한 ‘조건 없는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덴 현실론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막판까지 양강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윤 후보는 끝까지 단일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표한 상태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손을 잡으며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 보수 진영이 정권교체에 실패했을 경우, 그 책임론은 안 후보가 짊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로써 안 후보의 중도 사퇴 전력은 4차례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안 후보가 대권 도전을 선언한 순간부터 단일화 프레임이 따라붙은 원인이자, 안 후보가 불과 나흘 전까지 ‘이순신의 12척배’를 언급하는 등 완주 의사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철수 정치’ 이미지를 극복하는 건 주요 과제로 남았다.
안 후보는 이날 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이 가능한 시간은 지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면서 “제3당으로 존속하면서 열심히 투쟁하기를 원하는 분도 많을 텐데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실행력을 증명해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