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법관대표회의서 '불법사찰' 논의하자"

by하상렬 기자
2020.12.03 16:01:45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 ''檢 사찰'' 대응 결의 제안
"대검 해명 어이없어…재판부를 조종하겠다는 것"
"법원은 피고인·검찰 편 아닌 ''인권 최후의 보루''"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이른바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이 불거진 대검찰청의 ‘재판부 분석 문건’을 오는 7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이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사진=이데일리DB)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32기)는 지난달 2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게시판에 ‘검찰의 행동에 대한 법원 대응을 위해 다음 사항 결의를 안건으로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소위 사법 농단 관련 수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를 했는지 조사해 법관대표회의에 보고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검사가 법관의 사생활이나 성향 등에 관한 자료를 조사 수집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해하고 형사소송절차에서의 검사의 객관 의무에 반하는 위법 행위다”면서 “법원행정처는 검사가 법관의 사생활이나 성향 등에 관한 자료를 조사 수집하거나, 이를 이용해 재판의 공정성을 해하려는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한 후 그 내용을 공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장 부장판사는 “검찰총장의 해명은 어이가 없다”면서 “(대검은) ‘판사가 증거 채택이 엄격한지 등 재판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공개된 자료였다’고 해명하는데, 이는 유죄 판결을 받기 위한 참고 자료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가 증거로 재판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니, 그것은 재판부를 조종하겠다.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며 “법원은 피고인 편도 검찰 편도 아닌 중립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인권의 최후 보루다’라는 말을 듣는다”고 법원행정처에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지난 2월 작성한 ‘재판부 분석 문건’에는 주요 사건을 심리한 판사 37명의 출신 지역, 고교·대학, 주요 판결, 세평 등이 기재돼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일자 대책 마련을 위해 구성된 판사 회의체로 2018년 4월부터 공식 기구가 됐다. 각급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 117명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