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없으면 전국의 작은 책방·출판사 사라져요" 출판계의 호소

by김은비 기자
2020.09.02 15:59:06

‘동네책방과 출판사 함께하는 좌담회’
서점·출판사 67.3% “도서정가제 경영에 도움”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전국의 작은 출판사, 서점이 문들 닫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사라질 겁니다.”

김학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오는 11월 20일 도서정가제 개정을 앞두고 1일 서울 종로구 독립책방 ‘위트 앤 시니컬’에서 ‘동네책방과 출판사가 함께하는 도서정가제 좌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좌담회는 도서정가제를 사수하기 위한 출판·서점계의 절박한 심정을 담아 개최됐다. 출판·서점계는 도서정가제 할인율 확대를 두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할인율을 지금보다 확대하면 대형 서점, 출판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는 홍영완 윌북 대표,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조진석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등이 참여해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동네서점과 출판사에 나타나는 현실 이야기’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서점계가 할인율까지 확대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임대료 등 감당해야 하는 고정비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 서점, 대형서점과 가격경쟁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조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상황에 전국 동네 서점은 패닉에 빠졌다”며 “임대료, 월급, 전기세 등에 서점 문을 열 수도 닫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미 폐점·휴업하는 서점이 많은 상황에서 동네책방 전체가 궤멸되지는 않을까 두려움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현화 혜화1117 대표는 그나마 도서정가제가 있어서 작은 출판사를 운영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꽤 오랫동안 출판계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출판사를 차려서 꾸려가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며 “책의 매출 분석을 하니 62%가 대형서점이고 38%가 동네 책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물론 대형서점의 매출이 훨씬 크지만 대형서점은 다른 신간이 나오면 금방 매대에서 사라지고 잊혀진다”며 “그 책이 오랜 시간동안 독자들에게 소개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한 건 지역의 작은 동네 책방이었다”고 말했다.

위트앤 시니컬을 운영하는 유희경 대표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네서점 동양 서림을 언급했다. 유 대표는 “1953년 문을 열어 3대째 이어가고 있는 동양서림의 대표가 최근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전을 떠올리며 대형 서점만큼 할인을 할 수 없는 동네 서점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이 넓은 혜화동 로터리에 혼자 앉아 있는 기분이라고 표현을 했다. 또 다시 그 외로움을 견디기는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체부 장관이 얼마 전 동양서림을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책방을 지켜주고 활성화 시켜준다고 공언했는데 그 말이 헛된 공언이 아닐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작은 출판사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출판사를 운영해 온 이광호 문학과 지성사 대표도 “도서 정가제가 어떤 사람에게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떠나서 출판 생태계가 무너지면 책의 무대가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라며 “우리도 힘을 보태고 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인 회의는 이날 전국의 작은 책방과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도서정가제 인식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67.3%는 ‘현행 도서정가제가 도움이 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응답자 83.9%는 “도서정가제를 강화 또는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점과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로 인한 긍정적 변화로 ‘경쟁 완화’(58%)와 ‘도서 공급률 안정’(54%)을 꼽았다.

김학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오는 11월 도서정가제 개정을 앞두고 1일 서울 종로구 독립책방 ‘위트 앤 시니컬’에서 ‘동네책방과 출판사가 함께하는 도서정가제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한국출판인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