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철수' 된 안철수...독인가? 약인가?

by하지나 기자
2017.02.14 15:55:00

'짐승' 발언 등..문재인 비판 수위 높이는 안철수
문재인 '대립각', 양자구도 강조.. 후보단일화 원천 차단 움직임
정책대결 대신 네거티브 공방 우려감도

14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KBS 전주총국에서 열린 대선주자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발언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자구도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의당에서도 이같은 안 전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14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 독철수가 된 것은 잘했다”며 안 전 대표를 두둔했다. 그는 이어 “안 전 대표가 선거를 안 도와줬다, 대북송금특검 문제나 손학규 의장을 공격한 것은 거기서 먼저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주승용 원내대표 또한 라디오 방송에서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그런말을 했겠냐”면서 “이제와 남탓을 하는 것은 대선주자로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문 전 대표를 비난했다.

안 전 대표는 전날(13일) 지난 대선때 문재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며 원색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힐러리가 선거에서 졌다고 샌더스 때문에 졌다고 탓했는가”라고 말한 뒤, 문 전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그는 당시 “후보 양보 이후 40회가 넘는 전국 유세, 그리고 4회에 걸친 공동유세를 했다”면서 “어떤 조건도 내건 바 없었고, 당선 후 지분을 요구한 것도 전혀 없었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전북기자협회 초청토론회 기자간담회에도 문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은 계속됐다. 그는 “대통령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준비됐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대가 원해야 한다”면서 문 전 대표를 견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직성·청렴성·탈계파주의·정치적성과·책임감·미래에 대한 준비성 측면에서 모두 자신이 문 전 대표를 앞선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전 대표에 대한 안 전 대표의 비판 수위가 점차 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내 경선으로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이에 대항할만한 유일한 대선주자가 본인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이뤄지고 조기대선이 본격화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야권통합이나 후보 단일화 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40~50대 호남에서의 반문정서를 결집시키기 위해서 앞으로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감정적인 동조화를 극대화하면, 자신의 지지층에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 전 대표 또한 보수표 결집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정권교체 자격이 있는 후보간 양강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권연장에 해당되는 후보들은 절대 국민이 선택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아도 25%를 못넘을 것”이라면서 “정권교체의 열망이 많은 국민이 편안한 마음으로 양쪽 중 누가 더 좋은 정권교체인가, 누가 더 나라를 살릴 정권교체인가 고민할 거다. 그러면 내가 선택받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과도한 발언이 자칫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감도 존재한다. 그동안 안 전 대표가 주장했던 정책 대결이 아닌 네거티브 공방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안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막말의 종결판”이라면서 “우리 정치인의 품격이 이래도 되는건가”라며 안 전 대표의 ‘짐승’ 발언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