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탈당’ 호남 잃은 더민주 반격 카드는 있나

by김영환 기자
2016.01.12 17:38:54

권노갑 상임고문과 동교동계 인사 탈당으로 분당 수순
호남-친노·운동권 결별, 국민의당 호남 1당으로 올라서
문재인 대표, 새인물 영입 분당 수습하기에는 역부족

[이데일리 선상원 김영환 기자]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고문이 12일 예고한 대로 탈당하면서 제1야당 더민주가 분당 수순에 돌입했다.

권 고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권교체를 준비해야 할 야당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며 “이제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해 미력하나마 혼신의 힘을 보태겠다”고 더민주와 작별을 고했다.

권 고문과 함께 김옥두, 이훈평, 남궁진, 윤철상, 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10여명도 이날 탈당계를 냈다. 권 고문의 이탈은 김한길 의원 탈당보다 충격파가 더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호남-친노 세력의 결별

호남을 상징했던 김대중(DJ)계 세력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노세력은 더민주의 양대 축이었다. DJ를 잇는 동교동계의 탈당은 사실상 호남 지지기반 상실을 의미한다. 호남만 있어서도 안되지만, 호남을 빼고는 총선이나 대선 승리를 얘기할 수 없는 것이 야권의 현실이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제2당 수성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더민주의 균열은 지난 2003년 노 전 대통령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갈라졌던 것과 흡사하다. 그 때는 친노 세력이 당을 차려 나갔다면 이번에는 동교동계가 떠났다.

호남 지역 의원들의 더민주 이탈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광주에선 천정배 의원과 박주선 의원이 이미 당을 떠나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이고 김동철, 임내현, 권은희 의원은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이외에 장병완, 박혜자 의원도 탈당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광주 지역 8석 중 강기정 의원만이 잔류가 유력시 된다.



전남 지역에서는 황주홍 의원이 이미 국민의당에 합류했고 박지원, 주승용, 김영록, 이윤석, 이개호, 김승남 의원도 탈당을 고려 중이다. 전북 지역에서도 유성엽, 김관영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했고 전정희 의원이 탈당을 고심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탈당 의원들을 흡수하고 민심을 파고들면서 이 지역에서 ‘새로운 주인’으로 자리바꿈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정대철 상임고문도 14일 탈당할 예정이라어 더민주가 야당의 적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시 되고 있다. 선친인 고(故) 정일형 박사와 아들인 정호준 더민주 의원까지 3대에 걸쳐 야당 의원을 지내왔던 정 고문이 떠나면 그 여파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민주 대응책은 있나

상황이 이렇자 더민주의 대응 전략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문재인 당대표가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광주 방문을 계획했지만 “지역 민심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 일정을 미뤘다. 광주·순천과 김해 봉하마을에 돌며 세력 확장에 여념이 없는 안 의원과 대비되는 행보다.

더민주는 이날 일곱번째 인재 영입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영입을 발표했다. 양 상무와 더불어 앞서 영입된 김병관 웹젠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오기형 변호사 등은 호남 출신 인물로 새 인물의 절반 이상을 호남 인사로 채웠다. 그러나 아직 민심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인재영입과 함께 투트랙 전략으로 준비해오던 2선 후퇴와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은 문 대표가 계획을 밝힌 지 3주가 지났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선대위원장으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이용훈 전 대법원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등 호남 인사를 저울질 하고 있지만 구체적 인선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정동영 전 장관, 천정배 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지만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문 대표 측에서는 내주께 선대위원장 인선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탈당이 일정 부분 마무리된 이후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선대위 구성 카드로 탈당 세력을 막지 못하면 문 대표가 아예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