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40% 굶고있다는 UN보고서는 과장"
by정다슬 기자
2020.09.09 17:32:07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연구위원 분석
옥수수 수입 줄고 설탕·밀가루·콩기름 수입 늘어
김정은 시대 이후 식량사정 개선…양극화도 심해져
| 북한 삼지연시 남새온실농장에서 채소 수확이 한창이라고 5월 2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했다. 사진은 배추를 품에 안은 농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 2020.5.21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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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북한 주민 40~60%가 절대적인 식량 부족 상태라는 미국과 국제연합(UN) 등의 분석은 과장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후 전반적으로 식량 사정이 나아졌으며 빵, 과자, 국수 등 2차 가공품을 먹거나 외식문화도 생겨나는 등 전반적인 식량 상태를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전체의 식량은 전체 인구대비 부족한 가운데 계급·지역에 따라 양극화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먹을 것에 굶주리는 절대 빈곤층이 있다는 것이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9일 ‘김정은 시기 식량증산과 격차의 엇박자’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국제식량안보평가 연례보고서 2020~2030년에서 코로나19로 북한 인구 59.2%가 식량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유엔식량농업기구(WFP/FAO) 역시 2019년 5월 보고서에서 북한 전체 인구의 40%에 달하는 1010만명이 식량위기와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평양, 세포등판, 비료공장, 북·중 국경지대에 방문한 방문객들은 전혀 다른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도시에 육류식당이 증가하고 있고 농업, 축산, 양식 상황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말하고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이같은 이유에 대해 “북한 당국이 내부 통계를 정확히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북·중 국경답사, 탈북자와 각국 북한 현지 전문가 인터뷰 조사,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각각의 주장에 대해 다각적 분석을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FAO가 발표한 식량 추정치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 부연구위원의 결론이다. 그는 “FAO의 추정치는 필드데이터가 아닌 대부분 인공위성 영상에 의존한 분석이어서 정확도에 의문이 든다”며 “설령 현지를 방문했다고 해도 재해가 심각한 지역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또 2016년과 2018년 식량 부족분이 5.2배 늘어난 것 역시 근거가 미약하다고 밝혔다. 정 부연구위원은 “북한 농사는 자연조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데 두 해 조건을 비교하면 특별한 병충해나 재해가 없었다”면서 “오히려 체계적인 대규모 물길공사와 제방공사, 퇴비나 비료 증산, 우량종자 등이 증대했다는 것을 미뤄봤을 때 생산량이 급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이같은 오류가 발생한 것 역시 위성 영상에 의한 관측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다만, 북한 인구 대비 농사 가능 면적을 봤을 때 북한의 농사 가능 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봤다.
정 부연구위원은 주민 식생활과 관련해 북한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3가지 새로운 현상을 바탕으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는 것을 분석해볼 수 있다고 봤다.
먼저 쌀의 주요 대체재인 쌀 대비 옥수수의 상대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추이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옥수수는 10대 수입품목에서도 2012년 이후 밀려났다.
두번째는 옥수수나 쌀 대신 밀가루·설탕·콩기름 등의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콩기름과 밀가루는 2018년 이후 북한 10대 수입품목에 포함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이것들을 빵, 과자, 인스턴트라면, 국수 등 2차 가공식품으로 생산하면서 식품 관련 국산품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제재 강화 이전에는 식품 관련 기계류도 수입이 증가했다고 한다.
셋째는 식품군이 다양해지고 전문 육류 식당과 비닐하우스가 증가했다.
북한은 최근 3~4년 사이 돼지고기만 있던 물가지수에 소, 양, 염소, 오리, 토끼, 개고기가 포함됐다. 가공식품도 소고기 통조림을 비롯해 우유사탕, 젖산유(요구르트), 콩산유(두유) 등 새로운 유제품군이 등장했다.
전문적인 육류식당은 군 단위로 하나 이상 생겨났으며 부유층 사이에서는 가족 단위로 외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목장과 비닐하우스가 생기면서 다양한 농축산물 공급이 원활해진 탓이다.
| 2018년 8월 3일 자강도 중강군 어느 산골 마을의 목장. 소, 양, 염소, 말 등이 보인다. [사진=정은이 부연구위원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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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변화는 북한에서 옥수수를 대체할 다른 곡물 생산이 늘어나는 등 식량 사정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뚜렷한 정황이기도 하다. 북한은 2012년부터 춘궁기가 매년 단축되고 있는데 이는 우량종자 도입·개발로 재배기간을 단축해 이모작도 가능하도록 하는 등 단위면적당 수확량 증대 정책이 성공을 거둔 결과다.
또 북한 내에서는 옥수수보다 쌀을 먹는 가계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옥수수 두 그릇보다는 칼로리가 높은 쌀 한 그릇을 먹는 것이 더 나으며 그것도 영양가 높은 국산 쌀을 먹어야 한다’는 증언자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장마당에서도 수입쌀 비중이 3~4년 전부터 급감하고 국내산과 수입산 쌀 가격차이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었다. 중국산 쌀은 떡이나 식당용으로 쓰이며 선호도가 크게 하락했다고 한다. 아울러 쌀 소비량 역시 이전보다 줄어드는데 이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식량 사정을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지역별, 농장별, 기업소별 성과가 상당히 달랐고 종업원들의 식량 배급에도 크게 격차가 벌어졌다. 심지어 협동조합의 경우, 돈을 받고 토지사용권을 농민에게 판매하는 관리위원장도 있었다. 이 경우, 돈이 있는 농민은 더 많은 경작지를 얻어 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가난한 농민은 경작권을 상실하고 조그만 농지에 매달리거나 생계를 위해 도시 빈민으로 내몰린다.
북한은 이동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돼 있지만, 과거 중국이 그러했듯 북한 역시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오는 ‘농민일공’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부연구위원은 “경제 개선 조치에 성공한 농장이나 기업소, 지방에서는 식량이 남아돌고 실패한 곳에서는 식량이 부족해 배급시절보다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와 대홍수는 물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을 막아 이같은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 부연구위원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남포항에 식량이 쌓였어도 전국에 운송 수단이 부족해 기아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따라서 북한의 빈곤계층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당국의 분배역량 강화와 외부로부터의 인도주의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