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인력부족…인천공항 노동자 안전사고 '위협'

by이종일 기자
2019.07.10 16:17:19

항공기 엔진 열기에 땀 ''뻘뻘''
지상조업 노동자 휴식공간 부족
노조 "휴식시간·공간 마련 요구"
셔틀버스 기사 등 인력부족 심각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지상조업 노동자가 장비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다. (사진 = 민주노총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공항 노동자들이 여름철 폭염과 인력 부족으로 안전사고 위협에 노출돼 있어 노조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0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항공사 자회사와 하청업체 소속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2여객터미널 활주로 계류장에서 항공기 급유, 차량 통제 등의 업무를 하면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4시간 근무 시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인천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항공기 이착륙 일정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여름철 한낮에는 계류장 시멘트 바닥 복사열과 항공기 엔진에서 나오는 열기로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50도에 육박하는 환경에서 근무한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작업현장 주변은 휴식공간이 부족해 노동자들은 항공기, 조업장비 아래 그늘에서 잠깐씩 짬을 내 쉬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인천공항 휴게공간 부족 문제를 지적해 에어컨 버스 4대가 계류장 주변에 배치됐지만 공간이 좁아 수백명의 지상조업 노동자들이 쉬기에 부족하다.

노조가 지난달 12~20일 인천공항 지상조업, 기내청소업체, 항공사, 면세점 등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13명에 대한 설문조사(중복응답 허용)에서 여름철 가장 힘든 점으로 휴게공간 부족(응답률 45%)이 1순위로 꼽혔다. 두 번째 힘든 점은 인력 부족(44%)이었고 다음으로 폭염 무방비(37%), 장시간 노동(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인천공항에서 폭염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민주노총 제공)
민주노총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계류장은 보안구역이어서 노동청의 감시·감독이 소홀한 사각지대”라며 “노동청은 열악한 노동현장을 점검하고 휴게시간 보장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폭염으로 안전사고 위협이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에어컨 컨테이너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일부 하청업체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며 “인력 충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 자회사와 협력사 노동자들도 인력 부족 문제로 업무강도가 높아져 안전사고 위협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 자회사 셔틀버스 운전기사들은 주간(오전 9시~오후 6시), 야간(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휴무 등의 순서로 3조 2교대로 근무한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방식이다. 운전기사 41명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98%가 졸음운전 경험이 있다며 야간 휴게시간 부족 등을 지적했다. 자회사는 지난달 16일부터 운전기사에게 승객 수를 세도록 지시해 민주노총의 반발이 일었다.

보안검색 협력사는 5월 말부터 인천공항 순찰조 일부를 입국면세점으로 투입하고 기존 순찰직원의 책임구역을 늘려 노동강도를 높였다.

노조는 인력 부족과 노동강도 문제로 노동자, 여행객들이 안전사고 위협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 관계자는 “인천공항 2터미널 개장 이후 1터미널 환경미화원은 437명에서 408명으로 줄었고 승강설비 유지관리 인력은 90명에서 85명으로 감축됐다”며 “인력이 줄면 노동강도가 세지고 사고위험, 장비 고장 비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 성수기에 인천공항 여행객이 많아진다. 안전을 위해 현장 인력 3200명을 충원해야 한다”며 “3조 2교대 방식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4조 2교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관계자는 “셔틀버스 기사 중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은 애로사항을 표출하고 있지만 한국노총 조합원은 상대적으로 그런 것이 없다”며 “전체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