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저질렀다면 처벌"..朴, '최순실 의혹' 돌파 의지(종합)

by이준기 기자
2016.10.20 17:18:19

검찰에 엄정 수사 촉구..미르·K스포츠재단 감독강화 지시
모두발언 17분중 9분 할애.."안타깝다.사심없다" 심경 토로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르·케이(K)-스포츠 의혹의 핵심당사자이자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의혹이 점입가경으로 치닫자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직접 진화에 나섰다. 최씨에 대한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두 재단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주문한 것이다. ‘수렴청정’ 의혹까지 받는 최씨를 감싼다는 일각의 시선에 선을 긋고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사실상 검찰에 강도 높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으나 그와 관련된 의혹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야권이 연일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최씨 관련 의혹을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비화하려 하자 기존의 ‘무대응 전략’만으로는 국면 돌파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실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씨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꼬리 자르기’ 수준으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경우 야권이 특검 또는 국정조사 카드를 던질 것이 불 보듯 뻔해 자칫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권 공세의 힘을 미리 빼겠다는 의도도 엿보였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점 특혜 의혹에 막말 논란까지 국민 정서를 흔드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가만히 있다가는 큰코다치겠다’라는 우려가 청와대 안팎에서 팽배했다”며 “특히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직접 고치는 걸 좋아한다는 보도가 나온 게 박 대통령이 입을 연 결정적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봤다.



박 대통령은 이날 17분1초의 모두발언 중 의혹 해명에만 무려 9분20초를 썼다. 박 대통령은 “제 마음은 무겁고 안타깝기만 하다” “어떠한 사심도 없다” 등의 발언으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고 자신을 직접 겨냥한 의혹도 일축했다.

두 재단의 모금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현 정부의 양대 국정 기조인 창조경제·문화융성에 대한 두 재단의 성과를 일일이 언급한 후 “문화체육 분야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으로 알고 있다”며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로,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재단 설립의 경과”라고 했다.

야권을 향해선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기업들도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참모들에겐 “미비했던 부분들을 다듬고 숙고해 문화와 어려운 체육인들을 위한 재단으로 거듭나 더 이상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모든 것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도ㆍ감독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