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가치 과하게 쳐줬나…두산퓨얼셀 2년간 절반 이상 손상
by이건엄 기자
2025.04.07 19:28:06
두산에너빌리티, 지난해 퓨얼셀 영업권 손상 2136억 인식
2년간 3700억 손상…남은 프리미엄 2855억 뿐
현금창출력 감소에 가치 저하…계약 해지로 전망 불투명
두산로보틱스 사례 등 고려했을 때 고평가 비판 불가피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두산퓨얼셀(336260)에 대해 지난 2년 간 3700억원이 넘는 손상을 반영하면서 그간 두산퓨얼셀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창출력과 미래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손상차손을 피하지 못하며 두산에너빌리티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퓨얼셀의 영업권 대해 인식한 손상차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136억원이다. 지난 2023년 인식한 손상차손 규모(1631억원)까지 합하면 2년 간 총 3767억의 손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2년 6600억원이 넘었던 두산퓨얼셀의 영업권은 2023년 4977억원, 2024년 2855억원 등 2년 동안 절반 이상이 소멸됐다. 손상차손은 사업의 실적 악화와 시장 환경 변화로 미래에 기대했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 반영된다. 영업권은 기업의 자산가치에 더해진 프리미엄을 뜻한다.
| 두산퓨얼셀 PAFC타입 연료전지 ‘Purecell m400’.(사진=두산퓨얼셀) |
|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퓨얼셀에 대한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은 그만큼 두산퓨얼셀의 미래 가치가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표면에 드러난 현금창출력은 물론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낮게 평가되면서 손상차손 인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두산퓨얼셀의 최근 3년 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감소 추세에 있다. 두산퓨얼셀의 EBITDA 추이를 보면 △2022년 105억원 △2023년 65억원 △2024년 32억원 등 매년 30% 이상 감소했다. EBITDA 마진율도 △2022년 3.4% △2023년 2.5% △2022년 0.8%로 하락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한다. EBITDA 마진율은 EBITDA에서 매출을 나눈 것으로 매출 중 감가상각과 세금, 이자 차감 전 이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이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퓨얼셀 인적분할 당시 그 가치를 과도하게 높게 설정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2019년 두산으로부터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사한 후,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퓨얼셀의 가치를 높게 책정함으로써 초기 자본 확충 효과를 극대화한 뒤, 사업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손상차손을 통해 장부상 가치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두산퓨얼셀의 영업권 가치를 높게 평가할 경우 얻는 이익이 상당하다. 영업권이 많이 계상된 만큼 총자산이 증가하고, 자본 확충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시장 기대감과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두산퓨얼셀이 인적 분할 후 상장된 법인이라는 것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몇 년 간 재무구조 개선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 몸값 고평가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두산밥캣과의 합병 과정에서 주식가치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두산로보틱스는 지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의 합병 비율을 1대 0.043로 책정한 바 있다.
문제는 두산퓨얼셀의 손상차손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규모 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잇달아 취소하는 등 매출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퓨얼셀은 지난 2일 중국 ZKRG 스마트 에너지 테크놀로지(Smart Energy Technology)와 맺은 3469억원 규모의 중국 ZKRG PJT 연료전지 50메가와트(MW) 및 부품 55MW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또 태영건설과 맺은 722억원 규모의 전주바이오그린에너지 PJT 연료전지 시스템 19.8MW 공급 계약도 해지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한국전력기술, 금호건설, LS일렉트릭과 맺은 3998억원 110MW 규모의 공급계약도 해지했다. 3건의 해지금액은 총 8179억원이다.
두산퓨얼셀의 영업권 손상이 지속될 경우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점진적으로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매년 1500억원 이상을 회계상 영업 외 비용을 처리해야 했다는 점에서 자본 확충에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퓨얼셀의 손상차손 3767억원을 영업 외 비용으로 반영했는데 이는 해당기간 동안의 당기순이익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업권 손상은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키고, 자본이 줄어들어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앞서 2020년 두산에너빌리티(두산중공업)가 듀산퓨얼셀을 그룹 및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무상증여 받은 것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였고, 이를 통해 채권단 조기 졸업을 이뤄냈다”며 “2년 연속 손실 인식한 것은 사업 환경 변화로 주식 인수 시점 대비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