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도 못 먹을라" 고병원성 AI 확산 우려에 달걀값 들썩

by김정유 기자
2024.01.11 17:07:35

10일만에 달걀 30구 한판 7.5%↑
안성·의성 등서 고병원성 AI 확산까지
"당장 큰 영향 없지만 확산 심해지면 가격 요동칠 것"
홈플러스 미국산 달걀 판매…편의점도 달걀값 할인 판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달걀 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 전반이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AI 확산 여파까지 미쳐 달걀 가격이 추가적으로 상승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0일 달걀(특란) 30구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7158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6658원이었던 달걀가격이 10일 만에 7.5% 상승한 셈이다. 달걀 한판(30구)이 7000원 이상이 된 건 지난 7일부터다. 달걀 가격은 이후 7100원대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초부터 고병원성 AI까지 전국에서 확산하자 달걀 가격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경기도 안성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25만7000마리를 처분했고 경북 의성군의 한 농장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고병원성 AI는 총 29건이 발생했다.

달걀 가격이 7000원대를 넘어가자 홈플러스는 국내산대비 30% 저렴한 미국산 계란 판매에 돌입했다. (사진=홈플러스)
2021년에도 고병원성 AI 확산 여파로 여름철 한 때 달걀 가격이 30구 기준으로 7500원을 넘었다. 이번에도 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경우 공급량이 줄어 달걀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내 전체 산란계의 24%가 경기도 내 농장에서 사용되는데 최근 안성에서 AI가 발생한 만큼 위험도가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선 현재 AI 확산 단계가 한참 심했던 2021년 수준까지는 아니어서 AI 여파로 당장 달걀 가격이 급상승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병원성 AI로 살처분 한 산란계는 전체의 3% 수준이다.

정부에서도 하루 달걀 생산량이 4600만개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공급 부족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 공급량이 대폭 감소해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고 달걀 산지들도 다양하게 퍼져 있어 실제 아직 (고병원성 AI)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B대형마트 관계자도 “달걀 같은 경우는 거의 필수재로 속한만큼 다른 물가가 올랐을 때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른 식품들의 가격이 비싸지면 ‘그냥 달걀이나 사자’는 식으로 소비가 몰리는 식이다. 최근 달걀 가격 상승도 (고병원성 AI에 의한) 공급량 부족보다는 수요량이 더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적인 식탁 물가가 오르고 있어 현재 달걀 가격 수준도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다.

홈플러스는 달걀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산보다 30% 저렴한 미국산 달걀 판매에 돌입했다. 홈플러스가 공수한 미국산 달걀은 30구 한 판에 4990원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GS25가 지난 9일 달걀 30구 한 판을 2400원에 한정 판매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달걀 가격 추이는 전반적인 고물가 상황과 맞물린 성격이 크다”며 “향후 고병원성 AI가 걷잡을 수없이 퍼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은 염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리 수급 조절 등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