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완화 기대감에 매수심리 꿈틀...‘속도조절’은 변수

by김나리 기자
2022.04.12 16:52:25

서울 아파트 거래량, 8개월 만에 상승 전환
서울 집값도 하락세 멈춰..규제완화 기대감으로 풀이
다만 새 정부 관계자들, 규제완화 신중론 강조
전문가 "매수심리 반짝회복 가능성...관망세 이어질듯"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데다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정책이 잇따라 예고되면서 얼어붙었던 매수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당장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멈췄다. 다만 그간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강조해왔던 새 정부에서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다시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기준 1000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기록한 3655건보다는 낮지만, 전월 거래량인 806건은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월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거래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후 이달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월간 거래량이 1000건대에 머물렀고 올해 2월에는 1000건 미만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와 금리인상 기조, 집값 고점 인식 확산에 더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재개발·대출·세제 등과 관련한 종합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입장을 밝히면서 매수심리가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4일 기준 90.7로 5주 연속 상승했다. 기준치(100)를 하회해 아직은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지만, 매수하려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는 있는 셈이다.

서울 아파트값도 하락세를 멈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1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됐다. 특히 강남권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의 오름폭이 가팔랐다. 민간 조사 업체인 부동산R114 통계로는 대선 직후 한 달 동안 용산구 아파트값이 0.38%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어 중구(0.33%), 동작구(0.13%), 강남구(0.11%), 서초구(0.09%) 등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새 정부에서 예고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컸던데다 다주택자 중 빨리 처분해야 하는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거래가 일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차기 정부에서 규제 완화와 관련해 신중론 쪽으로 방향을 틀고 나서면서 되살아나는 듯했던 매수심리가 ‘반짝 회복’에 그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을 이끌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된 원희룡 후보자는 전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악용 가능한 부분은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움직이겠다. 잘못된 가격 신호를 줄 수 있는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 없을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시사한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기조 하에서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서 진행할 것”이라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도 부동산 정책을 정교하게 접근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 연구원은 “새 정부에서 신중한 접근과 속도 조절을 강조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생각만큼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차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실제 확정된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매수자나 매도자나 정책 변화 여부를 관망하면서 매수시점을 조정하는 경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상황을 매수세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