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제재 풀라" 中정부 요구에 미중 무역협상 제자리

by김인경 기자
2019.07.18 16:24:32

"화웨이 제재 완화 요구에 대응 논의… 협상 교착"
거래 가능 반도체칩 범위부터 강경파 반발까지 ''이견''
中도 美 농산물 수입 미뤄…"정상 만남 이후 차이점 명확해져"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협상은 정체(standstill)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20일이 지나도록 고위급 대면 무역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양측이 이견만 확인하는 상황 이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를 하느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미·중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를 언급했지만 안보 우려가 여전히 남은데다 미국이 별다른 댓가 없이 화웨이 제재를 풀어줄 수는 없다는 게 미국측 입장이다.

소식통은 행정부 내에서 화웨이에 어떤 반도체칩까지 공급을 허가할 지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 완화 움직임은 강경파의 반발까지 야기하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상하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단독으로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 반 홀렌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당한 안보 우려를 묵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 역시 “어떤 미국 기업도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신청해서는 안 된다”며 화웨이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완화 방안이 뾰족한 결론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도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농산물 수입 확대를 하지 않으면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새로운 장애물’을 만드는 것과 같다”다고 맞섰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것은 미국의 주장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루샹(盧翔)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 전문 연구원은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완화했을 때 중국이 그 대가로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농산물 구입 확대는) 미국의 희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상무부와 가까운 한 무역 전문가는 미·중 정상이 협상 재개를 결정한 후 오히려 의견차이만 확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사안들이 매우 유동적이고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이 재개된 후 차이점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이번 주 중 중국 고위급과 두 번째 통화를 하고 대면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측은 9일 이후 전화통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AFPBB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