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한국·독일 빼고 다 뭉친다‥초대형 車연합 등장하나
by방성훈 기자
2019.05.27 18:00:40
“FCA-르노 합병시 年매출 225조원”…車업계 지각변동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가세시 美·日·伊·佛 연합 탄생
車 판매 줄고, 자율차 등 투자비 확대.."규모의 경제 절실"
| 각각 피아트크라이슬러(왼쪽)로고와 르노(오른쪽)로고 [사진=AFP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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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김은비 인턴기자]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합병을 추진키로 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단일 기업으로는 제너럴모터스(GM)을 제치고 폭스바겐, 도요타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가 된다. 여기에 르노가 몸담은 닛산-미쓰비시와의 3사 연합까지 가세하면 세계 최대 자동차 연합이 탄생하는 셈이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물론 글로벌 자동차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FCA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르노 측에 합병을 제안했다. 거래가 체결되고 나면 합병 기업은 연매출 1700억유로(약 225조5000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00억유로, 80억유로가 넘는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서고, 양사의 약점을 상호 보완·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FCA는 또 합병이 성사될 경우 주주들에게 25억유로의 특별배당금을 지급한 뒤, 양사가 각각 50% 지분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 역시 별도의 성명을 내고 다음날(27일) 오전 이사회에서 합병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수락한 건 아니다”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면적 합병으로 진행될 경우 피아트 지분의 29%를 가진 엑소르가 최대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피아트 창업주 아넬리 가의 후계자인 존 엘칸 피아트 회장이 회장을,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이 CEO를 각각 맡게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FCA와 르노의 합병은 단순히 두 회사 간 합병을 뛰어 넘는 의미를 지닌다. FCA가 3사 연합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경우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는 완전히 바뀐다. 미국(크라이슬러)-이탈리아(피아트)-프랑스(르노)-일본(닛산, 미쓰비시)을 잇는 초대형 글로벌 동맹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독일을 뺀 자동차 강국도 모두 손을 잡는 모양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의 지난해 판매량은 총 1076만대다. FCA(484만대)까지 가세하면 연 1559만대를 훌쩍 넘기게 된다. CNBC는 “4개사가 연합할 경우 세계 자동차 업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일 기업으로도 세계 3위의 자동차 제조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대적 판도 변화가 예측된다. 선두주자인 폭스바겐과 도요타는 물론 GM, 포드, 현대·기아차 등 경쟁사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된다. 지난해 폭스바겐과 도요타는 각각 1083만대, 1059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FCA와 르노(390만대)가 판매한 차량은 총 874만대다.
나아가 르노의 경우 합병이 현실화되면 닛산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르노와 닛산은 카를로스 곤 전 3사 연합(닛산-르노-미쓰비시) 회장 체포 사태 이후 갈등을 빚고 있다. FCA와의 연합은 닛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닛산이 이번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사이카와 히로히토 닛산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FCA-르노 합병 소식에 “(연합을 강화하는) 논의에는 언제나 열려 있다”면서 “(미쓰비시를 포함해) 3사 수장이 건설적인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각각 대표하는 두 회사가 합병을 추진하는 건 기술투자와 생산비 절감을 통해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수요 감소 및 판매 둔화로 인해 매출과 순익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FCA의 마이크 맨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합병 가능성에 대해 “과거 우리는 사업 발전 및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기회가 있는 환경이라면 주저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CNBC는 양사 모두 매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시장을 유지·확장하려면 합병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위해서는 서로의 힘을 합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두 기업은 그동안 자국 자동차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에 기대어 독자적으로 생존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 체인 측면에서 볼 때 협력 관계에 따른 이점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