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文정부 카드 수수료 정책 성토..."수수료 산정 원칙 훼손"

by노희준 기자
2017.06.22 15:01:00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 및 정기총회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격 변수에 대한 정부의 잦은 개입으로 ‘적격비용’ 산정의 원칙이 훼손되고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초래되는 데다 결국 카드사 부담이 신용카드 회원 혜택 축소 등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원가보다 저렴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영세·중소 가맹점 대상기준을 영세 3억원 이하, 중소 5억원 이하로 확대할 방침이다. 최저임금 상향으로 인한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이건희 경기대 교수는 22일 한국신용카드학회가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신정부의 신용카드 정책, 그리고 신용카드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연 춘계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서 “(정부 방침대로) 중소가맹점 기준을 확대하면 예외적으로 일정한 가맹점을 우대하기 위한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맹점수의 77%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지만 오는 8월이면 전체 가맹점수의 87%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현재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012년말 국회가 개정한 여전법 및 감독규정에 따라 ‘원가’에 기반해 카드사와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적격비용’에 따른 산정이 원칙이다. 다만 일정규모의 이하의 영중소가맹점은 소상공인 지원 등 정책적 목적상 금융당국이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대수수료율이 ‘예외’다. 이 교수는 “(우대수수료율 확대로)카드업계 연간 수익은 약 3500억원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4년 기준 카드사 수익구조는 가맹점수수료가 49.9%로 절반에 이른다.



수익감소에 따라 카드사는 결국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기환 경기대 교수는 “카드사는 한정된 재원하에서 손실만회를 위해 회원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후생 및 소비감소, 가맹점 매출 감소로 연결되는 부메랑 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카드업권의 이익단체인 여신금융협회는 금융당국에 수수료 인하의 ‘대가’로 할인서비스, 포인트 적립 등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의무유지 지간을 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국내 카드시장은 카드회원의 혜택이 가맹점 매출을 결정하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하는 것은 시장가격 자율성을 침해하고 카드시장 참여자의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 회장은 “가맹점수수료 갈등의 본질은 공공재 성격의 신용카드 지급결제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비용을 구성원 중 누가 부담할 것이냐”라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하기보다 수수료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구성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