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월호 침몰, 해괴한 루머에도 진실 믿고 침묵"

by장병호 기자
2021.12.30 21:27:17

30일 옥중서간록 통해 세월호 언급
참사 당일 "몸 좋지 않아 관저서 보고 받아"
"언론이 무책임하게 보도" 불만 드러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 상황과 관련해 저에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 서점에서 직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서전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를 진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논란이 됐던 7시간을 언급했다. 30일 출간된 옥중서간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습니다’를 통해서다.

이번 책에서 박 전 대통령은 수감 기간 동안 지지자들이 보내온 편지에 보낸 답신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대통령 탄핵, 그리고 수감 기간 일어난 조국 사태 등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는 하나의 종교가 되고 말았다’는 1997년생 유모 씨의 편지에 대한 답장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던 그날의 상황은 너무도 충격적이라서 지금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썼다.

침몰 당시 몸이 좋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은 7시간을 둘러싼 여러 추측과 의혹에 대해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언젠가 언론도 확인되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것”이라며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참고 견디어 내야 할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은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모습을 가지더라도 실질적으로 정당성이 없다면 이를 법치주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탄핵 판결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비록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내려놓았지만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날까지 무거운 직분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직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특별사면으로 금일 밤 12시 석방을 앞둔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과 화환이 놓여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자신을 수사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한 지지자가 보낸 편지에서 윤 후보와 조 법무부 장관이 등장했다. 서울 잠원동에서 편지를 보낸 지지자 한 모씨가 윤 후보가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씨를 기소한 사실을 언급하며 “윤석열의 이름 석 자는 제 뇌리에서 지울 수 없는 증오의 대상”이라며 “그런 그가 조국의 처를 기소하다니 무슨 뜻일까”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가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며 “거짓말이 사람들을, 그것도 일부의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답장했다.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습니다’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옥중에서 지지자들과 나눈 편지를 묶은 책이다.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접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편지를 엄선해 엮었으며,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출간했다. 30일 오후 서울 시내 주요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직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맺음말을 통해 “국민에게 나은 삶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주변 인물의 일탈로 혼신의 힘을 다했던 모든 일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며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 모든 짐을 제게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버렸고, 모든 멍에는 제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