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지성' 라이시 “젊은이 사회참여 포용해야 혁신 가능”
by김형욱 기자
2018.05.25 15:52:59
‘내 삶을 바꾸는 혁신포용국가’ 콘퍼런스 기조연설
|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25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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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비판적 지성’으로 불리는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가 한국의 혁신성장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젊은이의 사회 참여에 더 포용적인 사회를 꼽았다. 청년층의 4분의 1 남짓이 사실상의 구직·실업자인 극심한 취업난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조언으로 해석된다.
라이시는 25일 정부가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 기조연설에서 “이미 세계 주요 경제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어떻게 앞으로 더 혁신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청년 사회 참여 포용을 비롯한 일곱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국가마다 역사와 문화가 다르기에 한국에 딱 맞는 정답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어느 곳이나 이 조건은 맞아야 경제성장과 혁신, 포용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이가 더 성공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교육과 금융 자본에 접근해 사업가가 될 수 있어야 혁신국가로서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세기 도시국가로서 지중해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베네치아부터 15~16세기 명나라, 17세기 네덜란드, 18~19세기 영국, 20세기 미국에 이르기까지 번영한 모든 나라는 재능있는 사람에게 더 열린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두 번째로 경제성장과 사회포용을 함께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라이시는 “일부 경제학자는 경제성장과 사회포용이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인 성장은 혜택이 공평하게 배분된 결과”라고 부연했다. 소득 하위 60%에게 부가 배분되면 소비가 늘어나고 자연스레 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적은 부유층은 부가 배분되더라도 소비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역사상 상위 1%가 전체 부의 20% 가까이 가져가는 불평등 심화가 1928년과 2007년에 나타났었는데 이 직후 경제위기가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이동성을 위한 정부의 지출도 강조했다. 이동성이 없으면 청년은 냉소적으로 변하고 더는 창업이나 발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데이터를 보면 정부가 지출을 통해 직업 교육과 창업 인프라, 연구개발(R&D) 투자, 소득 보조를 하는 건 지출이 아닌 투자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기업, 시장의 역동성도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포용력을 키우면서 이를 저해하는 배타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주요 축인 ‘공정경제’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그는 “일부 대기업에 경제 권력이 집중되면 정치권력과 결탁해 진입 장벽을 쌓고 새로운 기업의 탄생을 방해하게 된다”며 “더 강력한 반독점 규제와 정치 개혁을 통해 돈,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을 소수 정책입안가가 독점하지 않고 국민에 잘 배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힘이 소수에 집중되면 정책도 자연스레 내부자가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지고 대중은 분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유럽·미국 사례에서 보듯 정치·경제권력은 이 같은 대중의 분노를 외국인이나 이주노동자 같은 소수 계층에게 돌리는 선동 정치를 펼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혁신 발원지인 실리콘밸리가 정치·경제의 중심인 워싱턴, 뉴욕과 멀리 떨어져 있다며 포용과 혁신의 지리적 배분을 강조했다. 또 여성과 소수 계층 등을 끌어안는 개방과 다양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혁신적인 사회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향력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배타적 사회는 모든 사회 구성원을 획일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낳는다”고 말했다.
로버트 라이시(Robert B. Reich)는 ‘비판적 지성’으로 불리는 미국 경제학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을 맡았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25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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