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미르·k스포츠'에 낸 수백억 뇌물 아니다"…기업들 처벌 면할 듯

by전재욱 기자
2016.11.03 16:14:53

검찰 "최순실·안종범, 제3자 뇌물수수죄 아냐" 재확인
수백억원 재단에 출여한 기업도 뇌물공여죄 처벌 불가능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검찰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대기업 출연금 강제 의혹에 연루된 현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출연금을 낸 대기업을 뇌물공여죄로 처벌하는 것도 현단계에서는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3일 “제3자 뇌물수수죄의 구성요건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서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 사건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에도 최씨에 대한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한 뒤에 “법리적으로 뇌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이 최씨에게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안 전 수석을 긴급체포하면서 적용한 법 조항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였다.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안 전 수석이 경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출연금을 끌어다가 최씨에게 넘겨 이익을 안겨준 만큼 제3자 뇌물수수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법을 위반해 1억 원 이상을 받게 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해당해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중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제3자 뇌물수수죄를 가르는 요건은 대가성 여부다. 검찰은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로는 출연금의 대가성을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뇌물죄가 되면 안 하겠냐”라며 “뇌물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서 앞으로 뇌물죄로 혐의가 뻗어 나갈지 주목된다.

이로써 출연금을 낸 대기업을 뇌물공여죄로 처벌하지도 못하게 됐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은 50여 곳이고 규모는 약 800억 원이다. 당시 몇몇 대기업의 총수가 재판과 수사 및 복역 중이었고 회사가 세무조사를 받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출연금에 대가성이 담겼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대가성이 없다고 결론지었으므로 대가성에 따른 부정한 행위에 대한 조사도 미진해질 전망이다. 대가성이 없더라도 하다못해 ‘보험용’으로 출연금을 낸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앞서 검찰은 롯데와 SK 그룹 관계자를 소환해 출연금을 낸 경위와 대가성 여부를 확인했다. 이날은 삼성전자 김모 전무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출연금에 대가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뇌물공여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가 3일 오후 3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자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