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반짝인기' 끌던 상장 리츠…성장성 한계에 '먹구름'
by이광수 기자
2020.09.10 16:59:37
상장 리츠 12개 중 10개 공모가도 못미쳐
"성장성 없다 평가에…자산 유동화 급급"
켄달리츠 흥행?…부진한 흐름 이어갈 것
[이데일리 이광수 김성훈 기자]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상장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최근 지지부진한 흐름으로 돌아섰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투자 수요가 몰렸지만 최근에는 공모가도 지키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326030)이나 카카오게임즈(293490)와 같은 공모주 시장 열기가 달아오른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상장 리츠가 장기 성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공모리츠 12개 가운데 10개가 공모가 수준을 밑돌거나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알파리츠(293940)와 에이리츠(140910) 정도만이 공모가를 두 자릿수 이상 웃돌 뿐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증시가 최근 약세를 보였음에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코스피가 2400선을 웃도는 등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롯데리츠(330590)와 이리츠코크렙(088260)은 간신히 공모가 수준을 지키는 모습이고 올해 새롭게 상장한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 △코람코에너지리츠(357120) △미래에셋맵스리츠(357250) 등은 공모가마저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NH프라임리츠(338100)조차 공모가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모두투어리츠(204210)와 케이탑리츠(145270) 등도 장기간 공모가 아래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풍부한 유동성이 전기차와 바이오 등 이른바 성장주에 쏠리면서 배당형 자산인 리츠가 투자자들에게 소외됐다는 분석이다. 바꿔말하면 이들 섹터가 제시하는 성장성을 국내 리츠에서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리츠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내려온 것은 리츠 운용사들이 주식시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성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주가가 오르는데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했던 리츠들은 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증자를 통해 신규 자산을 편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대규모 자산 유동화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효율적 운용으로 자산 가치를 높여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츠는 극 소수”라고 말했다.
상장 리츠들의 주가가 힘을 못쓰면서 향후 예정된 리츠 공모 청약 분위기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최근 상장 리츠 대부분이 공모가 아래서 거래되다 보니 청약보다 장내 매수하는 방법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이후 대부분의 리츠들이 4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공모가로 어떻게 5000원을 받을 수 있겠느냐”며 “공모가를 낮춰 청약에 나서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향후 상장하는 리츠들의 청약 미달 우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상장을 앞두고 있는 리츠들도 숨죽인 채 시장 흐름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오피스빌딩에 재간접 투자하는 리츠 상장을 준비 중인 마스턴투자운용과 신한서부티엔디 리츠 등은 상장은 연말로 미룬 상태다.
켄달스퀘어자산운용의 물류센터 리츠 역시 핵심 자산이던 부천 판토스 물류센터가 핵심 자산에서 빠지면서 국토부 변경 인가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관심은 켄달스퀘어운용 물류센터 리츠의 흥행 여부다. 공모 규모만 약 7000억원으로 하반기 공모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만큼 흥행 여부가 리츠 시장 분위기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업계에서는 최근 각광받는 물류센터 기반 리츠를 두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대하면서도 향후 성장성이 없다는 점에서는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흡사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홈플러스 리츠처럼 한꺼번에 모든 자산을 유동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류센터라는 자산이 당분간 안정적인 흐름을 가져가겠지만 롯데리츠나 이리츠코크렙처럼 책임임차가 아닌데다 추가 증자를 통한 자산편입 계획이 없다면 공모가를 웃도는 주가 흐름은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