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이해진 "네이버, '글로벌공룡'에 끝까지 저항한 회사 될것"

by한광범 기자
2019.06.18 18:50:02

"글로벌 IT기업=제국주의" 빗대 '다양성' 필요성 강조
"전세계 99% 글로벌 거인 장악…유럽서 새 대안 인식"
'총수' 지정 아쉬움 토로…"새로운 틀로 IT기업 봐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1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대담 진행자인 김도현 국민대 교수의 질문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네이버(035420) 창업자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18일 “(네이버는) 제국주의(글로벌 IT기업)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공정거래법상 총수(동일인)로 지정한 현재의 IT기업 규제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 GIO는 1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나서 ‘우리나라 기업사에 어떻게 남고 싶나’는 대담 진행자 김도현 국민대 교수(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의 질문에 “미국이나 중국의 시가총액 1000조원 넘는 회사들을 저는 ‘제국주의’라고 표현한다”며 “네이버가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전 세계 99%가 (글로벌) 거인들에게 장악됐을 때, 한 곳(한국)에서 (네이버가) 끝까지 버티고 저항해 인터넷 다양성을 끝까지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만든 유럽펀드 이름이 코렐리아캐피탈”이라며 “영화 ‘스타워즈’ 속 연합군 베이스캠프 이름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이 GIO는 “미국이나 중국 몇 개 회사가 전 세계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이 가장 큰 지역이 유럽”이라며 “대안을 갖지 못한 유럽에선 네이버를 신기하게 보며 새로운 대안으로 보고 적극 호응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창업 역시 다양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시작 당시인 1990년대 후반 영어를 언어로 한 검색엔진은 여러 개 나와서 서로 경쟁했는데, 한글 검색엔진은 좋은 검색엔진이 없었다”며 “엔지니어로서 한글의 정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서비스가 있어야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검색엔진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세종대왕’을 꼽기도 했다. 이 GIO는 “대한민국사에서 한글 창제는 최고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였다. 그 점에서 세종대왕을 가장 존경한다”고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1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네이버 20주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네이버)
이 GIO는 글로벌 IT 공룡 구글과의 검색 서비스 비교에 대해 “네이버는 네이버대로, 구글은 구글대로 좋은 검색 결과가 나온다”며 “우리나라는 둘을 같이 쓸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구글 외에 또 하나의 검색엔진 서비스를 갖고 있는 건 의미가 있다”고 “글로벌 검색엔진 외에도 자국 사람이 만든 검색엔진이 있어야 문화적인 점을 잘 지킬 수 있다고 믿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만 쓰는 분은 이상한 것 같다”며 “(한국인이) CNN만 본다고 하면 약간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농담조로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대기업과는 다른 네이버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자신의 철학을 통해 이를 설명했다. 이 GIO는 현재 3.72%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부터 회사의 의사결정을 할 만큼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한 번도 이 회사가 내 회사라는 생각을 안 했다”며 “늘 의사결정을 동료들과 같이 했다. 그렇게 투명성이 높고 논리적인 의사결정이 지금 돌아보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 GIO는 또 “어느 정도 규모가 됐음에도 새로운 거버넌스와 투명성을 가진 (지배구조) 모델은 저뿐만 아니라 회사 사람들에게 (사업 성공과 함께) 또 다른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능력 있는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 그동안의 모든 의사결정에서 최선을 다했고, 사심이나 외부 압력이 없이 소신껏 한 결정이었다는 걸 말할 수 있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규제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 GIO는 특히 자신을 네이버 총수로 지정한 ‘동일인 제도’에 대해 “기업도 여러 기업이 있고, 처한 상황도 다 다를 수 있다”며 “‘재벌이냐 총수냐’ 등의 기업을 보는 과거의 시각들도 좀 다양해져야 하지 않나 싶다. 새로운 스타트업이 나왔을 때 과거의 틀이 아닌 새로운 틀로 봐야 그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산규모 5조원을 기준으로 새로운 규제를 한다. 중국은 몇 조 원 규모의 회사가 몇 개 씩 나온다. 5조원이 크다고 해서 규제하는 게 맞는가 싶다”며 “기업 하는 사람들은 기업을 크게 해야 하는 데, (기업 규모를 이유로) 규제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스케일로 봐야지, 우리나라만 따로 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서비스는 전 세계가 다 같이 쓰는 국경 없는 경쟁이다. 기업이나 규제 역시 반드시 글로벌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경 없는) 그런 경쟁이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