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대 전자법정 입찰비리…전·현직 행정처 직원 등 15명 기소

by이승현 기자
2019.01.14 16:25:53

전직 직원 업체서 6억 뒷돈받고 입찰조작 등 독점수주 도와
36건·497억 규모 부당수주…檢 "폐쇄적 평가시스템이 비리 원인"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대법원의 전자법정 구축사업 과정에서 전·현직 직원들의 검은 커넥션으로 수년간 총 500억원 규모의 입찰비리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공무상 비밀누설, 입찰방해 등 혐의로 법원행정처 과장인 강모·손모씨와 행정관 유모·이모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에게 뇌물을 건네고 사업을 따낸 법원행정처 7급 출신의 전산장비 납품업체 관계자 남모(47)씨도 뇌물 공여와 입찰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입찰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남씨의 동업자 등 납풉업체 관계자 10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조사 결과 지난 2000년 납품업체를 설립한 남씨는 법원행정처 옛 동료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20년 가까이 법원발주 사업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수주했다.

독점 수주비결에는 뇌물이 한몫했다.

남씨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법원행정처 직원들에게 총 6억 3000만원 상당의 뒷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직원들은 남씨 등 업체 관계자들에게 3억 3000만원 상당의 현금을 받아 챙치고, 업체 법인카드를 받아 3억원 가량을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직원들은 또 명절에는 500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고급 가전제품, 골프채 등을 제공받고 식당과 유흥주점 등에서 향응도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 직원들은 그 대가로 남씨 등의 납품업체가 판권을 독점한 제품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입찰조건을 조정하거나 내부기밀을 남씨 측에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씨는 이를 통해 상당한 폭리를 거뒀다.

일례로 남씨는 자신이 들여온 외국산 실물화상기를 법원행정처에 수입원가의 두배가 넘는 500만원에 남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 제품의 경우 40만~80만원대에 불과했다.

검찰은 남씨가 이런 수법으로 총 36건·497억원 규모의 계약을 부당하게 수주했다고 결론냈다.

검찰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법원행정처가 예산과 인력, 조직, 운영 등 권한을 집중한 상태에서 소수의 직원들이 투찰업체에 대한 기술적 평가까지 폐쇄적으로 수행하는 구조적 문제가 비리 발생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입찰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내부감사를 통해 지난해 11월 현직 직원 3명을 직위 해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